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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Apr 02. 2020

코로나 19와 함께 온 시간(5)

딸의 검체 체취 검사 결과는 음성입니다.

오전 10시 12분 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 저 음성 이레요." 

그 소리에  "그래 고맙다!" 하고는 매일 하던 말들 중 건강은 어떠니?, 먹고 싶은 것은? 하고 물어보니까  지금 수업 듣다 전화받고 바로 알려 준거라고 해서 전화를 끊었다. 기분이 어제와는 전혀 다른 하루를 맞이 하는 기분이다. 순간  외국에서 돌아와 아직도 격리생활을 하고 있는 가정의 힘든 상황을 생각해 보았다. 보건소에서 외국에서 귀국한 사람들은 무료로 검진을 하기를 권한다고 하니 하루빨리 검사를 받고 판정받으시라고 권하고 싶어 졌다.


어느 날인가  Instagram에 시장님이 보내는 코로나 19 속보의 댓글에서 '외국에서 들어오는 사람 막으면 안 돼요' 하는 글을 보았다. 그 글을 작성한 사람은 외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임을 잊고 하는 말이었을 것이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사람 중에는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돈이 많은 사람과 몇 년을 계획 세워 처음 여행하는) 도있고, 공부를 하기 위해 나간 학생들도 있고, 나라의 공무를 수행하거나 회사의 일을 위해서 나간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의 가족들도 많이 힘들고 마음 힘들 것인데 함부로 말해서는 안될 것 같다.


오늘은 우리 부부 둘 다 쉬는 날이다. 그래서 가까운 거리의 가장 높은 광교산으로 등산을 가리로 했다. 남편은 나무에 관심이 많다 보니 나무의 꽃도 궁금하고, 새순이 나오기 전에 잎눈을 보아야 할 것도 있다고 한다. 나는 산을 오르며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 좋다. 나무들의 변화하는 모습과 길주 변에서 반겨주는 야생화들 그리고 힘든 여정을 즐겁게 해주는 새들의 노랫소리,  무엇보다도  등산하는 사람들의 즐거운 대화를 나는 좋아한다. 우리는 김밥 네 줄 사서 가방에 넣고 산으로 향했다. 산에는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유치원생부터 연령대가 다양했다. 

야생화 현호색


산 중턱에서 남편과 친분이 있는 분을 만났다. 요즘 일이 없어서 매일 산에 올라온다고 하신다. 아마도 평일에 산에 올라온 사람들은 일이 없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동안 빨리빨리 문화에 떠밀려 쉴사이 없었던 사람들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주어진 시간, 그것도 무서운 질병을 일으키는 코로나 19가 가져다준 많은 시간을 근심과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모두들 잘 보내려 노력할 것이다. 그중에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산을 선택한 것이다.  아직 잎이 나지 않은 나무들 사이사이에 진달래가 예쁘게 피었다. 나뭇잎 중에서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은 혼잎 나물 (화살나무의 잎) 같다 산 한 자락이 초록으로 물들어 있다. 어린 시절 엄마가 새순을 따다 맛있게 무쳐주신 생각이 난다.

새순이 나온 화살나무( 혼잎 나물)

산을 올라갈 때는 더운 것 같았는데 능성을 걸을 때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써늘한 느낌이 들었다. 백운산 정상에서 사진을 한 장 찍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점심을 먹는 것을 보고 우리는 거리 지키기를 해야 한다며 얼른 발길을 돌렸다. 내려오다 회나무를 발견했다. 남편은 회나무의 잎눈을 보고 싶었다고 한다. 비슷한 나무들이 많아서 정확히 알아두기 위해서라고 했다. 오늘은 바람이 심한 날이다. 산에서 점심 먹을 장소 찾기 힘들었는데 바람을 막아주는 산아래 통나무 벤치가 하나 있었다.  산을 향해 앉았는데 오랜만에 다람쥐도 볼 수 있었다. 남편과 함께 산에서 먹는 김밥은 정말 맛있다. 

집에 도착해 핸드폰을 보니 아들이 [김현석의 월스트리트 나우]"긴 시간과의 싸움될 것"이란 기사가 들어와 있다. 기사를 읽다 존슨 앤드 존슨이 내년 초 코로나 백신을 생산하겠다와 36년이 넘게 흘렀는데도 아직도 AIDS 백신이 없다는 내용을 읽으며 코로나 19가 언제쯤 종식될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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