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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Apr 03. 2020

코로나 19와 함께 온 시간(6)

제가 탄 비행기에서 확진자가 나왔데요.

오늘은 저녁 8시에 오랜만에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러 갔다. 혼자 타기는 심심할 것 같아 동호인 한 명을 불러서 함께 타게 되었다. 오랜만에 타서인지 발목이 불편했다. 타기 전에 스트레칭을 하고 타야 하는데 그냥 탄 것이 문제인 것 같아서 스케이트를 벗고 발목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동호인이 나와서 함께 타니까 지지난해 겨울 눈이 내릴 때 인라인 스케이트를 둘 이타며 즐겼던 생각도 나고 다른 동호인들과 함께 타며 즐기던 생각도 났다. 조금 지나서 킥보드를 타고 5살 남자아이가 가족들과 함께 나왔다. 아이는 혼자 타는 게 심심해 보여서 나와 같이 누가 빨리 오나 내기를 했다. 그런데 아이는 방향을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다가 천천히 가주고 있는데도 늦게 도착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이한테 이 줄을 따라서 타라고 했더니 엄마가 아이가 너무 어려서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했다. 아이는 내가 줄을 가르쳐주니까 이해를 하고 줄을 따라갔고 나는 천천히 가서 아이가 이기게 도와주었다. 아이는 얼굴이 상기되어서 즐거워하고 나는 칭찬을 하며  박수를 쳐주었다.


아이 엄마와 잠깐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5살 아이를 너무 아기 취급하는 것 같아서 혹시 책을 읽어주느냐고 물어봤더니 바빠서 잘 못 읽어준다고 했다. 그래서 아기가 공부 잘하기를 바라신다면 최소한 아이 연령에 맞는 책을 하루에 3권 이상 읽어 주어야 하고,  운동도 기분 좋게 매일 시켜주시면 아이가 성장하는데 좋을 거라고 했더니 아이 엄마도 즐겁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내가 첫아이를 낳고 직장을 다니며 책을 읽어주고, 영어테이프를 들려주다 아이가 첫돌 1주일 후에 퇴사를 했다. 이유는 아기를 돌보기 위해서였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었던 그 시간은 지금 생각해도 내가 그때 일을 포기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되면 첫째 아이에게는 많은 것을 주고 싶어 한다. 남들에게 없는 아이가 나에게만 있는 것처럼 책도 읽어주고 영어테으프(그때는 컴퓨터도 흔하지 않았다)도 들려주고, 나는 무엇보다도 자연환경에 노출을 많이 시켜 주려고 했다. 산이나 들, 냇가, 바다, 갯벌 그리고 미술관이나 박물관, 동물원이나 식물원 그러다 둘째 아기가 태어나서 두 돌쯤 시골로 이사를 갔다. 저녁이면 냇가에서 고기가 튀어 오르는 것도 보고,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며 마음껏 뛰고 놀게 했다. 큰아이가 학교가 끝나고 오면 택시를 타고 산 입구에서 내려서 산을 걷고 나무를 보며 이름을 알려주기도 했다. 5일 장날 아이들은 시장을 하루에도 몇 번씩 돌며 맛있는 것도 사 먹고 그날만 볼 수 있는 진 풍경을 아이들은 즐기곤 했다. 시골에도 도서관이 있어서 책은 쉬지 않고 꾸준히 새로운 책들을 읽어줄 수 있었다. 그때는 영어 비디오테이프가 유행이었는데 테이프가 노이즈가 생길 때까지 보곤 했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며 이런 생각을 하다가 함께 탄 동호인에게 이야기를 하니까 본인도  평생 다니려고 얻은 직장을 아기를 키우기 위해 조금도 미련 없이 그만뒀다고 한다. 왜냐하면 아기의 발음이 이가 빠진 사람처럼 말해서 왜 그런가 보니까 직장을 다니느라 시댁에 아이를 맡겼는데 시아버지가 앞니가 빠지셨는데 아이 발음이 시아버지와 같다는 것을 알고서 아이를 바르게 키우기 위해서 직장을 그만두었다며 아이를 키우던 그 시절이 지금 생각해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었다고 이야기를 해서 나도 신이 준 축복 중에 가장 소중한 축복이 아이들과 만나서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을 함께한 시간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헤어졌다.


집에 들어와 뉴스를 보고 과제(요즘 컴퓨터 과학과에 재학 중)를 하려고 하다가 편입을 한 관계로 용어가 낯선 것들이 많아서 공부하러 온 아이가 "선생님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면 책을 얼마나 안 읽었으면 이런 걸 모를까 했는데 내가 컴퓨터 공부를 하면서 그 아이를 이해하게 되었다. 너무 어려운 용어가 많다. 영어단어가 쓰임이 다른 경우가 많아서 새롭게 외워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이것이 태그인지 속성인지도 구분이 안 갈 때도 있고 그러고 있는데, 자정이 다된 시간에 딸한테서 전화가 왔다."엄마, 제가 탄 비행기에 서 확진자가 나왔데요. 보건소에서 자가격리 잘하라고 연락이 왔어요." 어제 음성 판정받아서 조금은 안심하고 있던 터이고 남편이 김치가 떨어졌다고 딸에게 좀 달라고 하라는 것도 그냥 한살림에서 사 오라고 하며 2주일 자가격리 확실하게 실천하자고 했는데 이런 말을 전해 들으니 딸아이가 긴장하며 지낼 5일이 아무 탈 없이 빨리 지나가길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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