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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Apr 05. 2020

코로나 19와 함께 온 시간(7)

딸은 오늘부터 자가격리 권고자에서 대상자로 바뀌었다.

개불알꽃(봄까치꽃)

   하늘이 맑고 햇살이 뜨거운 오후 성곽 뒤쪽 언덕길을 올라가는데 길 양옆에 개불알꽃이 가득 피어 있었다. 발을 옮길 때마다 꽃이 밟힐까 봐 조심조심 걸어가다 감나무 아래 두 사람이 앉으면 조금은 좁을듯한  누런 돌이 있어 손으로 만져보았더니 햇볕에 따뜻하게 데워져 있어 그곳에 나는 다소곳이 앉았다. 감나무는 아직도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어 참새떼가 날아와 시끄럽게 짖어 대며 흔들어 깨운다. 그래도 감나무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가끔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내가 올라온 성 반대편은 많은 사람들이 벚꽃놀이를 왔는지 시끄럽다. 꽃을 바라보다 새소리를 담아 동영상을 찍어서 아들한테 보냈다. "엄마 지금 뭐하세요"하고 답이 왔다. "친구들 만나고 있어"라고 대답했다. 아들은 "잘하셨군요." 내가 만난 친구는 감나무와 개불알꽃과 참새다. 거리두기를 해야 하니 사람들은 만나기가 조심스럽다.

벚꽃과 행복한 가족

올해는 혼자서 벚꽃을 감상하며, 지난해 이곳을 지날 때는 공부로부터 해방되고 자연에 아름다움에 즐거워하던 아이들이 함께 했던 공간이다. 나는 자연의 색이 아름다울 때는 공부를 하다 아이들을 데리고 산으로 달려간다. 부모님들께서 맞벌이를 하는 가정의 아이들이 많아서 아이에게 자연의 변화를 제때 보여주기 힘들 것이란 생각도 있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한바탕 뛰고 놀고 나면 공부할 때도 즐겁기 때문이다. 혼자 걷는 동안 내 귓가엔 아이들이 뛰어와 내게 하던 이야기들이 들려오는 듯하다. 이곳에 아이들이 한 명쯤은 가족과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올해 벚꽃은 아름답기보단 슬프다는 생각이 든다.

내 눈에 비친 2020 벚꽃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코로나란 바이러스에 의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사회가 이렇게 무너져도 되는 것인가? 그러나 코로나가 인간의 힘으론 도저히 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며칠 만에 멈추게 하고 우리에게는 파란 하늘을 찾게 해 주었고. 가족들이 한 곳에 모여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시간을 많이 주었고,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코로나도 막을 수 없는 것 그것은 시간의 흐름이다. 아직도 우리의 마음속에는 코로나로부터 안전하지 않는 이상 겨울이 가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람들은 사스 때도 메르스 때도 금방 지나갔듯이 겨울이 지나면 괜찮을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겨울은 가고 봄이 찾아왔다. 꽃은 아름답게 피고 새싹들도 하루가 다르게 피어나고 있다. 이렇게 시간은 멈추지 않고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다.

역광으로 찍은 새싹

 다음날 아침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전화벨이 울린다. 딸이다. "엄마 보건소에서 전화 왔었어요. 비행기에서 확진자가 나와서 제가 자가격리 권고자에서 대상자로 바뀌었데요. 그래서 보건소에서 마스크와 격리자용 물품을 가져온데요. 그리고 저 위치 추적도 된다고 외출하지 말래요." "그래 4일 남았다 잘 보내보자"하고 전화를 끊고 밖을 나가지 않고 하루 종일 보건소에서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오늘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을 해보니까 오늘이 토요일이어서 보건소가 쉰다는 생각을 했다. 딸아이는 철저했다. 2층에 올라가서 보건소에 검사하러 가는 날 외에는 한 번도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자가격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미국 시간에 맞추어 수업을 받고 있어 바쁘다고는  하지만 밖으로 나가 다니는 나도 외롭고 두려운 생각이 있는데 혼자서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내고 있어서 대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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