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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

by 해윤이

꽃샘추위는 살을 에이는 듯 파고든다.

오늘 문득 꽃샘추위의 가장 혹독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서울에 사는 언니가 예쁜 초록색 티셔츠를 사 오셨다.

새 옷을 나는 잠바 속에 입고 다녔다.

하굣길에 얼마나 날씨가 더운지 다음날은 초록색 티만 입고 가야지 생각했다.


다음날 학교 갈 때

초록색 티셔츠를 입고 학교에 갔다.

가볍고 예쁜 티셔츠를 입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하굣길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꽃샘추위가 시작되었던 것 같다.

얼굴과 온몸으로 파고드는 꽃샘추위를 맞으며

10리 길을 덜덜 떨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

어떤 일이 있어도 봄날에는

얇은 옷만 입고 나가는 일은 없었다.


오늘도 날이 따뜻해진 듯해서

두꺼운 옷이라고 생각하고 입고 나갔는데

예정에 없던 약속이 잡혀

해를 넘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살을 에이는 듯한 꽃샘추위와 싸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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