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배움터에서 새로운 공부를 하다

by 해윤이

디지털배움터는
집에서 10분 거리, 여성가족회관 2층 복도 끝에 있었다.

시설도 깔끔했고, 공간의 분위기는 좋았다.


강사는 전문 강사답게 수업을 정말 잘했고
보조강사는 뒤에서 따라오기 힘든 분들을 세심하게 챙기고 있었다.


강사가 내 폰을 보더니 말했다.

“이곳은 삼성폰 위주로 수업합니다.”


예전에 도서관에서도 디지털배움터를 본 적이 있었다.
광고판에 적혀 있던 문구.


대상: 삼성 스마트폰 사용자.


그 문구를 보고
아이폰을 가진 나는

그곳에 들어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었다.


나는 아이폰을 갖고 있어서
기능을 그대로 따라 하기 어려웠고
설치 가능한 앱만 골라 사용했다.


그리고 그와 유사한 어플을 받아 사용했다.

이곳에서 삼성폰과 아이폰이 지원하는 앱이 서로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삼성폰 기준 수업이 진행될 때면
아이폰에도 비슷한 기능이 있는지
따로 검색하며 혼자 공부했다.


불편함을 말해도
강사는 정책에서 주어진 업무를 수행할 뿐이기에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따라 배웠다


디지털배움터에는 시간표가 있다.
내가 처음 간 10월 25일은 10월 프로그램이 끝나가는 시점이었다.


첫날 수업은
인스타 올리는 법, 릴스, 게시물, 스토리, 라이브 방송까지
10월 마지막 강의로 꽉 차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갔다가, 오후 수업에도 다시 나왔다.


오전 수업은 그런대로 재미있었는데
오후에는 노인층이 훨씬 많았다.


한글 타자 연습,
Animated Drawing 앱 실행하기,

그림 움직이기, 새빛 톡톡 사용하기….


그런데 재미있는 풍경이 펼쳐졌다.

앱을 하나씩 실행할 때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모르는 분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뒤로 나가 쭈그리고 앉아
자녀에게 전화해 아이디와 비번을 묻는다.
자녀는 “나도 몰라요”라고 한다.


그 사이 티격태격하는 풍경,
아이디부터 만드는 데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게다가

자녀가 쓰던 폰을 물려받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앱 버전과 기종이 맞지 않아

새로운 어플을 깔지 못하는 분들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배움이 일어나기 어렵다.

여기서 느낀 점이 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반드시 기록해 둘 것.
스마트폰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자녀가 쓰던 중고폰이 아니라
용량이 넉넉한 최신 기종을 쓰는 것이 훨씬 좋다.


디지털배움터에 오는 분들은
‘배우고 싶다’는 열정이 있는 분들이다.
자녀 입장에서 이 글을 읽는다면
효도하는 마음으로
용량 큰 최신 폰 하나쯤은 사드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로 오전에는
새로운 앱 사용법을 배우기 때문에 비교적 젊은 층이 많고,
오후에는 노인층이 많다.


이유는 분명했다.

많은 노인들이

건물 청소를 마치고

곧바로 배움터로 공부하러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후 수업은
한컴 사용, 새빛 톡톡, 스마트폰 이해와 활용,
스마트폰 완전정복, 교통서비스 등이 이루어진다.


어느 날 강사님이

다 아시면서 뭐 하러

“오전, 오후 다 나오세요. 오전만 나오세요.”
라고 하셔서
그 이후로는 오전 수업만 들었다.


수업은 12월까지 이어졌다.

글그램, 캔바, 유튜브 크리에이터, 썸네일 만들기,

생성형 AI, 캡컷, 인스타그램, 미리캠버스,
카카오맵, 카카오 T까지.


그 과정에서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한 여성분과 친해졌다.
3교대로 장례식장 요리를 하다가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다음 일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렇게
스마트폰에서 늘 1% 부족하던 부분들이
하나씩 채워지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참 좋았다.


나는 그곳에서
미리캠버스로 디자인 만들기,
생성 AI로 콘텐츠 크리에이터 도전하기,
온라인 교통서비스 이용하기,
모바일 시민참여 플랫폼 새빛 톡톡,
스마트폰 완전정복,
캔바 콘텐츠 제작,
사진·동영상·편집,
인스타그램, 블로그 SNS 소통,
유튜브 크리에이터 과정까지 배우고
수료증을 프린트해 두었다.


이 수료증으로
시니어클럽 면접을 보면
노인정에서 오전 3시간

스마트폰을 가르치는 강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면접 준비를 해 두었기에
마음이 든든했다.


다음 화 예고

다음 화에서는

시니어클럽 면접 광경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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