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후, 시니어 클럽에 가보다

by 해윤이

나는 시니어클럽에 문을 열다.


정문을 열고 들어가자

바로 오른쪽에
두 사람이 앉을 만한 책상 하나와
앞에 놓인 의자가 보였다.


마치 병원 접수창구처럼
조용하고 단정한 공간이었다.


남자 상담사 한 명과
여자 상담사 한 명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어떤 일을 하셨었나요.”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사실대로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먼저 스쳤다.


그 순간,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있었다.


상담사는

내 침묵을 기다리기보다는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이어갔다.


“학원 청소도 있고요,

유치원 보조도 있고요.”


“뻥튀기 튀기는 보조 일도 있어요.”


그리고는 덧붙였다.
“이런 일들은
자리가 나야 할 수 있는 겁니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느 곳에서도
65세가 지나면
사람으로 먼저 보지는 않는구나.’


그때 문득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자격증 하나가 떠올랐다.


“저… 미용사 자격증이 있어요."


20대에 미용실에 가면
내 머리를 멋지게 만들어 주던
그 미용사들이 좋아 보였고,
그래서 40대에
미용사 자격증을 땄었다.


하지만
그 자격증은
한 번도 세상에 나와본 적이 없었다.


상담사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는
미용사 자격증은 필요 없어요.”


그리고는

익숙한 말처럼 덧붙였다.


“따시려면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가
시니어클럽에서 일하시기엔 편해요.
기관 알려드릴까요?”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귀에 남았다.


‘사회복지를 누려야 할 나이라면서
일하려면 다시 돈 써서 공부하라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날,
내가 입고 간 옷은 조금 평범했지만


아마도
내 얼굴 표정과 눈빛까지
가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상담사는 끝까지 친절했다.


11월 ○○일 노인일자리 박람회 안 내지 와
12월 ○○일부터 접수 시작이라는 메모를 건네며 말했다.


“지금은 일자리가 없습니다.
접수만 해두시면
시니어클럽에서 연락드릴 거예요.”


나는 고맙다고 말하고
밖으로 나왔다.


2024년 여름은
잔인하게 더웠다.


밖에 나가면
얼굴이 익어버릴 것 같았다.


시니어클럽 주변에는
물을 사 마실 곳도 없었다.


나는
갈증보다
더 목이 말랐던 것은
‘자리’가 아니라
‘존재감’이었음을
그날 처음 알았다.


시간이 지나

나는

‘노인 일자리’라는 것이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보기 위해
노인일자리박람회로 향했다.


다음 글에는

그날의 풍경을 담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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