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후의 일자리를 찾는 그대에게

by 해윤이

그 일은

‘혐의 없음’이라는 법원 판결로 끝난 줄 알았다.


그 위에 덧붙여진 4개월의 심리상담까지 성실히 마쳤으니,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7일 이내 이의신청도 하지 않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수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달 후였다.


벨이 울려 현관문을 열었을 때
나는 뒤로 한 발 주춤했다.


아이들이 온 줄 알았는데,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자와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해당 기관에서 나왔습니다.”


그 자리에서
1년간 교습정지 처분이 내려졌다는 말을 들었다.


법원에서
하루만 처분을 받아도
1년 정지가 내려진다고 했다.


나는 혐의 없음을 내세웠지만,
문제는 심리상담을 받았던 기간 4개월이었다.


이미 지나간 일 위에
갑자기 내려앉은 결정이었다.


그날 나는 두 손을 들었다.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아
집 안에 멍하니 있을 수가 없어
밖으로 배회하기 시작했다.


지인의 소개로 고용노동부를 찾았다.
창구의 상담사는
내가 앞에 섰을 때
뜻밖에도 반기는 눈빛으로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신분증 좀 보여주세요.”


나는 신분증을 꺼내
창구 위에 올려두었다.


“저어… 선생님.”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을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선생님께서 들어오실 때
어떤 일을 권해드리면 좋을지
잠깐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65세가 넘으셔서
청소 일밖에는 권해드릴 수가 없어요.”


그녀의 말끝마다
미안함이 묻어 있었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은 어렵고요.
건물 청소만 가능합니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괜찮아요.
컴퓨터를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기회와
청소 일을 할 수 있게만 해주세요.”


그녀는 내 이야기를 기록한 뒤 말했다.


“컴퓨터는 내일 배움 카드로
학원에 전화 상담을 해보시고요,
청소 일은 문자로 연락이 갈 거예요.”


그 말은 끝까지

미안함처럼 들렸다.


나는 고맙다고 인사하고
그 사무실을 나왔다.


다음으로
‘실업급여’라는 간판을 보고
그곳으로 들어갔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온 사람들은
왜 받을 수 없는지,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를 두고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곳은 작은 전쟁터 같았다.


신청하는 사람도,
산정받는 직원도
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다음엔
교육을 안내하는 공간으로 이동했다.


복도 벽면에는
취업에는 별 필요 없어 보이는 자격증 광고와

교육 홍보물이 빽빽하게 붙어 있었지만,
65세를 위한 안내는 보이지 않았다.


강의실 안은
허름한 옷차림에
지쳐 보이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속에서 무언가가
욱 하고 올라왔다.


이곳은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다시 살아남기 위해
모여 있는 장소였다.


삶의 현장은
조용하지 않았고,
치열했고,
고통스러워 보였다.


나는 윗니로 아랫잎술을 꽉 깨물고

그곳을 나오며 생각했다.


65세가 된 지금,
우리 세대는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우리에게 남아 있는 일자리는
과연 있는 걸까.


있다면,
그것은 어떤 일일까.


그래서 나는
찾아보기로 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65세가 된 사람들은
어떻게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지,
어떤 취미로 하루를 버티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를.


이 연재를 통해
그 이야기를 기록하려 한다.


65세 이후 가능한 일자리는 무엇인지

언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살아남기’라는 말이 이 나이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글은

답을 주기 위한 글이 아니다.

다만
같은 길 위에 선 사람에게
건네는 기록이다.


다음 글에서는

‘청소밖에 없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써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