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turn off the light? You can see the computer without the light.
새벽 2시 즈음, 반대편 2층 침대에서 한참 동안 코를 골며 주무시던 James 할아버지가 '컥컥' 소리를 내시고 몸을 뒤척이시다가 짜증 섞인 말투로 내게 말을 하셨다. 평소 웃는 모습만 봤던지라 갑작스럽게 버럭 하는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문제의 발단은 침대 옆 '개인 등물', 어두침침한 방에서 노트북을 하자니 눈도 같이 침침해지는 것 같아서 켜둔 등불이 화근이 된 것이다. 집도 집이지만 당장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데, 한국에서 써본 적 없는 영문 이력서, 커버레터를 완성시키자니 밤낮없이 급한 나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1층 침대 개인 등불 가지고는 암말도 안 하시면서 내 거만 그러시는 게 섭섭하기도 하고, 백패커 첫날밤에 James 할아버지의 돌발행동에 깼던 기억이 떠오르자 괜히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백패커에서의 첫날밤, 불안을 가라앉히고 겨우 잠에 들었는데, 무언가 부스럭부스럭 거리며 갉아먹는 소리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헛것을 들었나?' 싶은 생각에 어둠 속을 바라보다가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데 또 그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놀란 마음에 천장이나 벽에 쥐라도 다니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마주편 2층 침대의 James 할아버지가 자다 말고 Chips인지 Nuts인지를 입에 넣으며 씹고 계신 것이었다. 이상한 몽유병은 아닌가 무서운 생각이 들었지만 배가 고프시나 하고 넘겼는데, 매일 밤 그 소리를 듣게 될 줄은 상상이나 했을까. 나중에 넌지시 여쭤보니 '큭큭큭' 웃으시면서 자신은 그걸 'squirrel time'이라 부른다고 하셨다. 그래도 절반은 맞췄다 싶었다. 쥐인 줄 알았는데 다람쥐였으니….
내 일에 바빠 공동생활을 잊고 있었던 거 같아서 곧장 등은 끄고 모니터 빛은 낮추고 작업을 지속했다. 건너편에서 James 할아버지 목소리가 들려왔다.
Stay up every night,
and wake up late again and again.
You've lost every morning.
That doesn't help you much.
Start a new day! with fresh air.(Laugh)
순간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며칠 안되긴 했어도 새벽 세 시 이전에 잠이 든 적이 없다. 불안이 하루를 삼켜버린 후, 딱히 놀러 가고 싶은 곳도 놀 마음도 없어진지라, 굳이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아침에 나가야 하는지 일어나야 하는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실직고하자면 그냥 이불밖이 무서워서 더 누워있으려고 했다. 깨어 있으면 머리가 복잡했지만, 누워있으면 잠도 들고 평온해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새벽까지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긴 했지만 영 진도가 나가진 않았다. 영어학원에서 알게 된 또 다른 고마운 동생 샘나, 이전에 호주 워홀을 다녀온 적이 있다며 자신이 썼던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보내줬는데, 참고하며 써야지 하면서도 내 상황과 다른 경우가 많아서 틀만 빌리자니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 매번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출국 전에 그 많은 시간이 있었는데, 나는 대체 이것 하나 준비하지 못했었냐며 자책하고 원망하다가 또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래서 어쩌겠는가? 이미 호주에 와있는 걸.
시계를 보니 또 새벽 두 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한숨을 몰아쉰 뒤 노트북을 덮었다.
It's new day~!
James 할아버지가 방에서 하나뿐인 커튼을 걷자 그 틈으로 햇빛이 들어왔다. 덕분에 한방에 잠에서 깨어 시간을 보니 여덟 시 반을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스스로 일어나지 못한 건 아쉽긴 했지만, 평소 열시나 열한 시에 일어났던 걸 치면 꽤 이른 시간에 깬 것 같아 스스로 나무라진 않기로 했다. 어색한 기상 시간에 적응하진 못한 몸은 영 찌뿌둥했고, 쌓인 눈곱에 눈은 딱 달라붙었고, 지나가는 사람이 날 봤으면 자면서 걷는 사람이라 불렀을지도 모르겠다.
문제를 마주하고 붙잡고만 있다고 모두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다. 제때 완수해야 할 일이 태반이겠지만, 가끔은 날을 넘기고 새로운 날, 새로이 부딪혀보는 것도 한 방법이겠거니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모두가 아침형 인간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밤에 더 집중이 잘 되는 경우도 있지 않던가? 다른 것 보다도 자신의 할 일에 대해 스스로 마감기한과 어떻게 할지 정하고 실천한다면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니 하루를 더 길게 선물 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쪼끔 좋아지기도 했다.
■■■■■
_ What's '2 for $5' ???
처음으로 근처 마트에 구경을 갔을 때 궁금증이 생겼다. 바로, '2 for $5' 같은 표시들. 가장 혼란스러웠던 부분은 '2개에 $5'라는 건지, '2개를 사면 하나당 $5'를 해준다는 건지 도통 짐작이 가지 않았다.
직접 외국인 점원에게 뭘 물어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고, 나의 'English 자문의'인 '현중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호주는 아니었지만 역시나 타국(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현중이라면 바로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받은 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