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중 하나와 같다.
6시에 일어난다.
지속형 트레시바를 맞고
애피드라 평균 4 유닛의 탄수화물을 먹는다.
콜레스테롤에 안 좋다는 에스프레소 한잔을
유고기가 선물해 준 슈프림잔에 내려마시니
이 또한 낙, 호사가 따로 없다.
가끔 현장감 있게 종이컵에 마시기도 한다.
"어이~ 0씨! 오늘은 새벽부터 일이 많아?"
하면서.
중간 과정 생략.
<생략> 건에 대해 잠시,
초등학교 1학년-기다란 문제집을 당시에는 총정리라 불리는-방학숙제가 있었다.
죽자고 놀다가 개학을 앞두고 문제집을 풀자니 해답지를 들춰가며 (산수) 객관식이야 식은 죽 먹기로 체크해 가며 가속도를 냈는데 주관식이 골치더라.
근데 이거 어떻게 된 게 어린 내가 봐도 이상할 정도로 똑같은 답이 많다?
~을(를) 풀이하시오.
정답 : 2 / 풀이 : 생략
정답을 쓰고 '생략'을 적었다.
부모님 몰래 밀린 숙제를 하니 이거 왜 똑같은 답이 계속되는지 물어볼 수도 없고 난감하다.
해답지가 거짓말할 리가 없다.
이 정도면 오늘 밤 안에 숙제는 끝낼 수 있다.
순진한? 지략가의 숙제는 담임에게 건네졌고
담임 선생님은 좀, 아니 많이 웃으셨던 것 같다.
그리고 말없이 빨간 색연필로 '수'를 쓰고 동그라미를 채워주셨다.
얄팍한 수를 썼던 내 몫은 커진 내게 부끄러움이었지만 그 순간 나보다 훨씬 나은 수를 던지신 담임께는 무한한 존경과 바래지 않는 '일부'로 남아있다.
다시 와서, 생략건에 대한 나의 '낮'생활은 생략이다.
대단하지 않은 건에 대해 나열할 필요가 없고
소소한 건에 대해 알릴 의무나 재미가 없고
요즘 같은 세상에 개인의 정보 노출은 민감하고 위험하다는 결론에 옛적 에피를 풀어보았다.
저녁엔 남타커를 먹으러 대충, 후리하지만 맘에 드는 착장으로 현관을 나선다.
삘이 제대로 꽂혀 메모장에 한 번에 써 내려가는 날이면 기분이 째진다.
오늘 하루도 잘 굴러갔다.
모난 인생에서 동그라미 채워질 일도 생기고
지난날은 생략! 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