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와 발음

by vakejun


감자는 왜 감자인가?

왜 소리 나는 대로 읽었을 뿐인데 감자는 감자로 읽히는가?

에 대해 의문이 들면서 언니, 오빠가 들고 다니는 국어사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감자가 고구마가 될 수는 없나?

아, 음절에서 이미 망했구나.

(당시엔 음절도 몰랐지만 글자수가 맞지 않는다는 개념은 있어서)


몇몇 친근한 단어를 꺼내어 씹고 맛보고 즐겨도 변치 않는 공식처럼 자음 모음은 보이는 글자 조합 그대로를 발음 나게 했다.


해서 '나랏말쌰미'를 알았을 때엔 줄줄 외우고 다녔는데 지금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대단한 업적의 위인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글을 일찍 깨우친 편인데 처음 띄엄띄엄 읽었던 것은 <안네의 일기>였던 걸로 기억.

당시 손바닥보다 컸던 갱지의 얇았던 그것은 800원이었다.

언니가 무릎 위에 앉히고 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내게 이거 읽을 수 있겠냐고 시동을 걸었다.

머리말부터 시작해 이야기는 고사하고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소리 내기에 바빴다.

여기에서 의문이 하나 또 생기고 만다.

글의 시작에는 항상 강한 외침이 있다.

키티(느낌표)

?

당최 모를 단어와 뜻이다.

훗날 언니의 가방 속에 있던 마이멜로디 캐릭터와 함께 키티라는 이름의 캐릭터를 봤을 땐 안네가 키티를 좋아하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국경도 모르는 바보)


암호 혹은 일본 캐릭터는 아니었다.

스토리를 모르고 발음만 냈던 나는 '키티'가 일기장의 이름이라는 걸 아주아주 나중에 알았다.

감자, 고구마도 충분치 않던 전쟁통의 안네는 그곳이 아니었다면 훨씬 멋있고 대단한 사람으로 자랐을 것 같은데.. 그때부터였나?

우주 정복이 내 꿈이 된 건..


여담으로 피노키오 가방에 써진 알파벳을 보고 'P'는 '피'라고 한글발음이 적힌 컬러 영어사전을 보고 그럼 이건 '피읖'이라고 치자! 자음 모음 같은 의미를 부여하니 혼자 피노키오를 독학해 버렸다.


자연의 소리를 찾아서 태백산 꼭대기까지는 아니고 어마한 시간을 거스르긴 했다.


쓸데없이 구황작물을 좋아하는 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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