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실망하거나 서운하지 않다.
기대하는 바가 없으면 실망도 없다.
곁을 내주고 얻는 건 쉽다.
물심양면, 물량공세, 심심한 위로, 티 나지 않게 공들인 배려라면 대부분의 멀쩡한 인지능력의 조건반사는 아,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는 수식이 생긴다.
모두가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본디 사람이란 다양하고 취향 또한 존중해야 하므로 무조건 저 방법이 통한다, 옳다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만국 공통으로 손짓, 발짓도 급하면 통하는 게 사람 심리인데, 그렇다. 중요한 건! 다 집어치우고 사람의 심리를 잘 파악해야 한다.
한 때 모든 연애가 시시한 적이 있었다.
물심양면, 물량공세, 스토커에 가까운 허언증까지 겪어보지 않아도 될 일을 겪었다. 그들은 나의 심리를 간파하지 못했다. 여간 쉬운 사람이 아니길 자처했고 모든 게 빤히 보이는데 장단 맞춰주기에는 지랄스럽게도 다 읽히는 빤한 짓에 원하는 대로 해주지 말자라는 주의였다.
나의 이상형은 나였다.
나와 같은 개념의 탑재가 어렵다면 세포분열이라도 잘? 상식적이기라도 좀?
짧은 연애, 만남이 주가 되었고 상대와의 싸움은 일절 없었다. 싸우기 전에 모두 그만하자-안녕! 했기 때문에.
연애가 힘들어? 힘들면 연애가 아니지. 그만하자!
모두를 떠나보내고 고립 또한 자처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났던 끊어진 연결고리의 관계대상 역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고 모두가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다. 이 바닥 생존율이 다 그렇기도 하고 나 역시 아쉬울 건 없었다.
이제는 어떤 공략도 쓰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게 제일이라고 했던 내 감을 믿기로 했다.
고립을 끝내고 사회부적응자가 아님을, 모난 구석 깎고 이상형이 아닌 이상향이 무엇인가 고심했다. 우울증 약을 먹어가며 세상은 아직 살만해요-라는 증거를 내밀어주듯 이어 온 고마운 관계들이 나의 외출에, 고백에 가까운 나의 솔직한 심정털이에 조용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가깝고 살갑고 장난도 많이 치고 만나고 헤어지면 나의 온 마음을 전달하는 포옹의식에 기꺼이 가담해 준 고마운 그들은 자랑스러운 나의 사람들이었다.
오늘 나의 암울한 기척을 눈치챘다. 얼른 꺼내고자 보냈던 장문의 카톡에서 나는 그만 위로를 받고 말았다. 그리고 기꺼이 받아들이고 말았던 거다.
되도록이면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었고, 몇 안 되는 사회에서 만난 친구로 시작해 이제는 제일 지척에서 사심 없는 마음으로 언제가 반드시 크게 되고 말리라는 주문을 얹어 응원하고 있다가 어린 나무들에게 가지치기 잘했다는 칭찬을 다 받았다. 항상 나의 질 낮은 수면에 대해 신경을 쓰는 닮은 꼴 세포의 섬세함이 오늘은 약까지 발라주었다.
고마웠다.
진심으로.
이 말하고 싶어 서론이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