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써진다
안 떠오른다
뭘 적어야 할지 모르겠다
재료가 이다지도 없던가
자유롭게 노딜던 손가락의 운율은 어디로 갔나
요동치던 감정기복에 놀아났던 건 연산, 광해뿐만이 아니란 말인가
역모를 일으킨 건 나 자신이더냐
하여 대역죄인의 목을 쳐야 한다면
스스로 칠 수는 없을 터, 사약을 받들어야 하나
요즘 세상 사약이라면 내 향긋한 가베 하나는 알고 있지
그리하여 돈 몇 푼에 이 한자리 차지하고
일각이 아깝지 않도록 이러고 있다-를 시전하고 있지 아니한가
목적은 있으나 명확하게 나오는 한 줄기가 없으니 답답한 지경이로세
옆 자리의 벗은 문 앞의 2월 끝자락 사나운 바람에 그만 고개를 떨구고 마네
귓전에 때려 박는 무선가락 전달 하나 없이 용기도 대단하지
잡음을 들어가며 이렇게 써 내려가니 한량 같기도
솔찬히 주워들으니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인 걸로 보아
저들이 바로 저잣거리 풍류객 아닌가
생각하는 바를 주로 옮기고 기억나는 바를 더듬어 연명하고는 있지만
다시 들추어 보니 제법 많이 다루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죄인이기 이전에 내 좋아하는 상을 하나 내려줘야 할 것이야
원래 상이란 내가 줘도 남이 줘도 흥나는 일이잖은가
국경너머 유고기의 방문 후 마음은 더 동요가 되는지라
하늘삯만 치르면 먹고 자고 거니는 데엔 아무런 문제가 없을 터
무지하게나마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지만 종묘와 사직을 생각할 나이가 되다 보니
함부로 저지를 수도 없는 것이 집 떠나 자취하고
한양살이 어언 00년..
시ㅂ거 숨만 쉬고 사는데 치러야 할 삯이 이렇게도 많단 말인가
다행히 안 써지는 대목으로 '안 써진다'만 반복할 요량으로 시작을 했다가
몇 줄 더 건진 사례로 이것이야말로 필기의 어부지리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