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런 거 잘 없지 않나?
애써 숨겨둔 것을 보물찾기 하듯 찾아내고서야
보이는 <노트 한 권!> 같은 소박한 신기루.
25년의 겨울, 봄이 오려면 아직 한참이나 멀었어 바보들아!
비웃기라도 하듯이 폭설이 오면서 평일에는 나가지 않던 발길을 해나는 주말에만 나가는 이 몸이 일요일 아침 어그를 집어 신고서 까짓 버릴 거면 그러라지!
"낭만을 찾아서 나가자!"와 함께 밖을 나섰다.
생각보다 신선했다.
폭신한 눈도 뽀드득 효과음을 내주고 베이글가게에서 따뜻한 단호박수프로 몸을 녹여주니, 이제 거리의 쏟아진 낭만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보기 좋게 빨간색 비니도 썼으니 사진빨도 잘 받을 것 같다.
얼마나 많이 왔는지 녹지도 않고 이리도 물기 없이 보송하기만 한가.
도처에 깔린 낭만을 지르밟고 개처럼 신나 했더니 산책 나온 개처럼 사진을 찍어주었다.
고맙다.
봄의 낭만은 어디에 있었나?
자주 가던 브런치 가게는 까다로운 손님들의 불평과 빌런들의 입질에 사장님의 물갈이가 시작되었고, 10년 만에 재발한 메니에르 이슈로 뭔가 바쁘게만 흘러가 미처 낭만을 찾지도 못했다.
이번만큼 들뜨지 않은, 실감 나지 않은 여행도 없었던 것 같다.
상해는 서울보다 뜨겁고 발전되어 있고, 짓누르는 습도가 무거웠다.
공기만큼 마음도 무거운 관계로 역시나 낭만을 찾아내기란 어려웠다.
니모도 고난과 역경을 겪고서 해피엔딩을 맞는데 누군가의 이모와 고모인 나는 무슨 놈의 고난과 역경을 이겨야 낭만을 찾을 수 있나.
그리하여 작은 것에 낭만을 부여하기로 한다.
글쓰기에 대해 나의 모든 사투와 고뇌, 또는 몹시 묻어나는 생각을 도로록 옮기고야 마는데
이게 묘하게 성취감이라는 것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이름난 글쟁이도 책 하나 펴낸 작가도 아니지만 그래도 잘하고 있어-
낭만이라기보다 잔망스럽기만 한 간지러운 성과가 요즘 내 수요일과 금요일마다 캐내는 보물이다.
지난 토요일 낭만을 찾아 떠난 커피 여행은 서브로 시킨 수제햄버거에서 이물질이 나오는 바람에 망쳤지만 돈깨나 나가던 그것은 명성을 회복하겠다는 이유로 음식값을 받지 않았다.
커피는 괜찮아요-했지만 주문할 때와 달리 공손한 태도로 그건 아니라고 사양한다.
뭐, 돈 굳었다.
해서 운동화 하나를 샀다.
진짜 낭만을 찾아 달려야만 할 것 같다.
낭만도 나눠야 두 배 아닌가?!
'지네'도 운동화를 샀다.
우리는 찾을 것이다.
00 대교를 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