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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에세이

by vakejun


비싼 커피와 좋은 공간을 선물해 주기로 했다.


5성급 호텔, 한갓지게 앉아 랩탑을 꺼내고 글도 쓰고 여유를 만끽해야지.

백팩을 메고 보니 아픈 어깨가 짓눌린다.

내 키가 덜 자란 이유를 알겠다.



호텔 카페는 유연한 친절함은 없었다.

뭐 그래도 맛만 있으면 됐지.


2인석 자리를 되도록이면 추천한다는 말을 듣고 조금은 빈정상했지만.

다른 이의 편의를 위해서니까 그것도 괜찮다.


수제버거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커피만 받고 멀뚱 거리던 우리는 시답잖은 농담을 하면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밀을 심으러 갔나?

도축을 지금 하나보다.

채소는 그래도 빨리 자라니까 다행이다.


한참만에 나온 버거의 비주얼은 그럴싸했고 맛도 꽤나 있는 편?!

엄마가 오면 다음에 모시고 와야지-


4등분 된 버거를 하나씩 가져가 해체작업을 했다.

수제버거를 먹는 나의 방식이다.

한 입에 베어 물기에는 너무 크고 골고루 먹기에 탁월한 방법.


그렇다. 햄버거를 너무 좋아한다.

(3~4인분의 양이었다)

번도 맛있었고 당일 도축(?)이라 그런지 패티도 냄새나지 않고 신선했다.

탄수화물 걱정에 아래쪽 두터운 번은 먹지 않고 야채와 골고루 먹었다.

그런데..


아, 또다.


접시에 손가락 한 마디의 8할을 차지하는 검은 머리칼이 소스와 함께 나뒹군다.

조용히 일어나 데스크로 갔다.


“저, 죄송하지만 테이블로 좀 와주셔야겠는데요..”


주문받을 때의 형식적으로만 친절했던 매니저는 두말 않고 따라나섰다.

위급함을 감지한 모양.


보자마자 다른 대체할 방법을 찾아주느라 무척이나 애를 써 주셨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결국 취소만을 받고 역시나 조용히 퇴장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이거 반복적이다.

똑같은 가게,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왜 항상 내 눈에만 띄는 건지 알 수 없다.

머리카락, 쇠수세미, 기타 이물질 등등..


음식에 관한 지불을 취소시켜주기도 하고 다른 것으로 대체해주기도 하지만 이미 식어버린

신뢰도는 회복할 수 없다.


찝찝함이 모든 것을 이겨버리는 순간이다.


이제는 밖에서 잘 먹지도, 예전처럼 배달 음식을 많이 먹지도 않는다.

오래간만이라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뭐 어쩔 텐가.

그냥 돈 굳었네-하고 넘길 수밖에.


기왕이면 쿨 하게 ㅋㅋㅋ하고 웃어본다.


메니에르의 유의사항을 속사포 갔던 랩으로 말씀해 주시던 의사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그렇다고 안 하던 짓 하지 마세요"


난 저 말이 그렇게 좋더라.


기왕지사 이렇게 된 거 방앗간을 가자.

ㅋㅋㅋ여기만 한 데가 없지.


스벅 나한테 상 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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