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뭐라고 우리 엄마와 입씨름을 합니까?
자식들이 인정한 건,
당신이 마냥 이뻐서가 아니라 혼자 버티고 견뎌냈을 엄마의 기나긴 고통이 끝나기를,
그리하여 친구인 당신이 그 외로움에서 건져내 줄 한 줄기 희망 비슷한 거라면,
우리 아빠의 자리를 내주는 것이 아니라 친구로서 받아들이기로.
우리는 엄마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고 원한다면 무엇이든 엄마의 말엔 오케이 할 거니까.
당신은 그냥 오케이 그뿐이었어.
엄마가 오랜만에 웃었거든.
그나마 안심이었던 건 말을 잘하고 유연하게 상황을 넘어가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
이 만큼 살아보니 그 정도 구분은 갔으니까.
장난을 잘 치는 부분도 나쁘지는 않았고.
우리 아빠는 자식들과 다른데선 재밌어도 아내에게 유쾌했던 부분은 모자랐기에.
비교할 것도 없고 그 자리를 내주는 것도 아니었지만,
되도록이면 좋은 면만 보려 노력했고
엄마가 한참 헌신적인 당신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 정도로 물심양면일 때
나는 뒷전인 처지가 되어버린 말을 들었을 때도 이 악물고 참았지.
왜냐하면 내가 당신 욕을 하고 엄마에게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면
엄마는 자식 위해 무엇이든 포기할 준비가 돼있는 분이었으니까.
내 서운함은 작은 것이라고, 이게 마지막이었으면 됐다!라고.
헌데 당신이 뭐라고 엄마의 마음에 상처를 냅니까?
나는 그러라 한 적이 없는데.
부러 들으라고 한 말엔 입을 꾹 닫고 마시던데,
내 목에 걸린 가시를 토해내니 찔리긴 하셨나 보더군요.
잘하세요.
난 엄마 목소리만 들어도 무슨 일이 있는지 다 아니까.
적어도 내가 당신에게 친절했던 건 엄마에게 잘해서도 당신이 이뻐서도 아니야.
엄마 자식이라서야.
일부분은 고맙게 생각해요.
엄마의 자식인 이상 이 맘은 안 변해요.
엄마의 고단한 인생에 그 어떤 것도 얹지 마요.
거기까지.
처음 한 말, 지키세요.
두 눈 시뻘겋게 지켜보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