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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지금

by vakejun


그런 삶이 있다.

싫어하는 표현이긴 하나 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인생.


그네들의 타고난 복은 이기려야 이길 수 없고

노력한다고 되는 쉬운 것이 아니라 그저 부럽다기보다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삶이라고.


처음 퇴원을 하고 '난 달라질 거야!'라고 했지만 할 수 있는 건 길었던 머리를 자르고 열심히 운동하고 마른 몸을 유지하면서 정해진 탄수화물을 먹고 30그램의 쿠키를 먹으면서 오늘도 견뎠다는 일종의 안도감으로 치부하는 게 전부였음을.


소셜미디어를 보면서 다른 삶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도 봤다.

밝고 건강하고 웃고 잘 먹고 잘 다니고 많은 것들을 하더라.

어떻게 그리 다 가질 수 있을까?


난 많은 것을 바란 적 없는데..


그저 있는 것들을 지키고 이 정도 행복이면 난 만족한다고 그리도 떠들었는데.

무심하다고 비뚤어질 거라고..

그리해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인걸 잘 아는 무력감이 더한 나락으로 끌어들인다는 걸.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진 않았지만 못 먹고 자라지 않았다.

잘 입고 잘 다니고 좋고 싫음,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면 됐다.

비뚤어질 시기가 다시 한번 온 것뿐이다.

'제2의 사춘기'라는 병의 별명답게 꼴사나운 기복을 다시 맛보고 이겨내기도 전에 다시 한번 큰 나락으로 떨어졌을 뿐.

죽어라-죽어라-하더만.


나는 좀 잃어가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아가라는 뜻이 있었는지 큰 것들을 내줬다.


글을 쓴 지 일 년, 꾸준했구나.


밖으로 나가 뭐든 썼고, 뭐든 토했다.


게워낸 감정은 몇 번이고 되새김질을 반복했는데 내 감정은 우습도록 솔직했다.


더러 생각하고는 한다.

이만큼 덜어내고 나면 살아라-살아라-하려나.


죽고 사는 문제에 각별했던 사람이 한 발짝 멀어져 돌을 보듯 무심하게 살아가기 위한 방편으로

이리 살기를 자처한 건 잘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예전 몸무게를 찾으려면 무한 노력이 필요할 테니 이 역시 꾸준하게 해 보자.

입 터진 요즘, 참 힘든 과정이겠지만..


감정 터진 것보다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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