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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들, 어떻게 살 것인가

by vakejun


많이 변했어요.

첫 만남에서 화나있는 것 같은 무표정한 얼굴에서 이젠 어느 정도 유연해진 얼굴근육을 쓰고 있습니다.

웃는 게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예전처럼 상대방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사납진 않아요.

안 물어요 진짜.


까칠하고 예민하고 공감능력 하나 없는 인간이 이렇게까지 유해진건 세월 탓일까요,

모난 돌도 풍파 맞으면 둥글게 변하는데 한낱 인간이 안 변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까 싶네요.


많이 이야기했습니다.

그동안.


저의 상황,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직시하다 보면 까칠하고 예민한 감정들은 조금 가지치기가 돼요.

제가 싹을 자를 수 없으면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잘라냈습니다.

생각보다 팔랑귀라 다행이죠.


입꼬리를 올리라고 했어요.

웃을 일이 많아진다고.


미신 같은 거 안 믿지만 안 하면 골치 아파하는 징크스 같은 것이 이상한 루틴을 자꾸 만들었어요.


웃어-

좋은 일 생기겠지.


가지치기한 자리에 잎이라도 나려면 좋은 영양분이 필요할 테니까,

쉬운 것부터 했어요.


사람들에게 항상 감사하고 응원을 빌었어요.

제 주변 사람들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었으니까.


가까운 사람들일수록 다정하게 굴고 철저하게 선을 지켰습니다.


영화 <기생충>을 보면 그랬어요.

선량한 해충은 없고 모든 기생하는 것들은 다분히 고의적이며 뻔뻔하다고.(생각)

상/하는 수직관계이며 '선'을 만들어요.

어릴 때 놀이에서도 배웁니다.

'선 밟으면 죽는다'라고.


'선'은 '줄'이 됐건 '선함'이 됐건 중요한 포인트예요.

지키는 것은 아마 자기 역량인 것 같습니다.


반복과 주기적인 관찰은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저는 주로 샤워하는 시간과 글을 쓰거나 꿈을 꾸고 난 다음, 제 상태에서 많이 발견합니다.


스트레스와 자기반성, 이랬다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들, 가만 보면 다 지난 것들인데 매번 잡고서 놓아주지 못하는 몹쓸 덩어리들입니다.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면 청소와 빨래를 하면서 머리를 비웁니다.

행위 중에 으뜸은 운동인데 아무래도 맘먹고 가기가 쉽지 않아 주저합니다.

하고 나면 그 상쾌한 걸 왜 안 하는지 아직도 의문입니다만..

초반에 너무 할당량을 채운 건 아닌가 하고 의심해 봅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필요한 근육을 만들어야겠어요.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좋은 덮어쓰기의 훌륭한 여행과 반신욕이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걸 찾아보겠습니다.


이 상황에,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볼 것인가-가 중요한 것 같네요.


파이팅 넘치지 않게 뾰족하지 않게 나른하지 않게

가끔 의미 없이 진작에 그랬던 듯

해결 가능하지 않다면 닥쳤을 때 어떻게든

대충 나에게 왈칵, 늘 그러하듯

그러나 난 좀 무난하게 가길.

바라봅니다.


오늘은 절기 '망종'이라 하여 오래된 무언갈 버리면 안 된다 하더라구요.

(미신쟁이)

버리지 못한 조용한 살풀이였습니다.



5th. Jun.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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