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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보면..

by vakejun


착한 사람들은 꽁꽁 숨어있다.

본성은 착할지 몰라도 악의적이거나 고의적으로 의도한 바가 몹시 짜증 나는 인간들이 많았다.

상사복이 없고 동료복이 없었다.

대놓고 인복이 없었다.


내가 우스워?


만만하진 않았을 테고 굉장히 눈엣가시였나 보다.

팀장과 동료의 나가리 된 시안, 와중에 먹힌 내 시안, 말없이 멀티 하는 내가 얼마나 꼴 보기 싫었을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나가기 전 유예기간을 준다.

실장님, 2주 안에 이 모든 것들이 시정이 되면 저는 가만있을 것이고 아니면 관두겠습니다.


본디 게으른 인간들의 습성은 하루아침은 바뀌어도 지속성이란 없나 보다.


회사 때려치우는 게 가장 쉬웠어요-


미련 없는 곳은 바로 뛰쳐나왔다.

일 힘든 건 어딜 가도 똑같다.

사람이 문제다.

걸핏하면 회사를 나갔다.

이직률이 높았지만 짬바가 늘수록 스킬은 늘고 연봉도 올랐다.


몇 개월 일하고 몇 개월 놀고먹기를 반복하다 이것도 안 되겠다 싶어 정착이란 것을 했다.

잠잘 시간 없이 바쁘게 움직이니 이것도 나름 괜찮았다.


밥 먹을 시간이 없었고 연애는커녕, 집에 가서는 안전불감증이 일으킨(집은 나 없이 잘 있나?) 무탈에 대해 안도하기 바쁘게 샤워 후 옷을 갈아입고 다시 출근하기 급급. 역시나 잠이 부족했다. 그때 어느 실장이 한 말이 기억난다.


"야, 네 나이땐 잠만 자도 다 회복돼!"


그래, 당신 나이쯤 돼 보니 썩 틀린 말도 아니더군.

그래서 잠잘 시간은 줬냐고.


때려치웠다.

여자가 버티기 힘든 곳이긴 하지.라고 하더라. 그리고 월급을 주지 않았다.

놀랍지도 않다.


이 바닥 요란하고 유난스럽다.


웃기게도 다른 일과 사람들은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상냥했다.



사회와 벽을 쌓고 고립된 생활을 10여 년.

불의와 싸우고 부당한 대우에 굴복하지 않으려 설치고 나댔는데 그때 모든 기력을 써버렸나,

판정을 받은 후 누구와도 소통하지도, 만나지도 않고 오롯이 '혼자'에 집중했다.


우울이 깊이 스며든지 모르고 시간 가는 것에 아까운 줄 모르고 허송세월을 보냈다.


울고 웃는 감정이 그렇게 힘든 건지 모르고 그저 억누르고 그러다 폭발하면 분출하는 분풀이에 스스로 나가떨어지기 일쑤였다.



이제는 잘 웃고 잘 울어서 나을 때가 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어떻게 지냈느냐'라는 질문에 어찌 대답해야 될 줄도 모르는 먹통이 되고 만다.


어떻게 지냈더라?


웃고 울고 감정처리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놓친 게 뭐가 있더라?

평생은 아마 힘들지 않을까, 이런 거.



그래도 되돌아보면, 나쁜 것만은 아니었어.

많이 돌보라고 주는 신호였다고 생각해.

절이 싫어 그렇게 뛰쳐나가더니 붓다의 심정이 된 걸까.


급작스럽겠지만, 올바른 마음먹기가 될 때!


기어코 난 깨닫고, 어찌 됐건 난 잘 될 거야.

효도하려면 경제적인 힘도 필요하니까!


사고 싶던 걸 접으면서 소비 대신 '샀다치고', '그냥 해 적금'에 저금을 해야지.


그리고 밥냄새 좋던 오니기리가게를 가야지.

착한 사장님이 맛있는 주먹밥을 주시면서

"또 와주셨네요" 반겨주시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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