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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 먼 회상

by vakejun


흐린 날씨가 싫다.

곧 비가 올 것 같은 하늘,

우산이 필요한지 아닌지 분간도 안 가게

바뀌는 날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갈수록 변덕이 심하다.

하지만, 그래서! 외출을 잘하지 않는다.

날씨 탓을 하고서.

뭐 어떤가.

오늘은 청소를 했다.

오래간만에 지인들이 찾아온다길래 모포도 세탁해

놓고 스카트로 먼지도 싹싹 닦았다.

청소야 늘 하는 일이니까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술은 어쩌다 마신다.

즐겨하지 않고 찾아마시지 않는다.

맛도 모르겠고 잘 토하므로.

가끔 끌리면 마신다.

기왕이면 독주가 좋다.

맥주 한 캔에도 온몸이 시뻘게지는 가성비 좋은 알쓰인지라

독한 술을 마셔보니 이거 취하지가 않는다.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면 술이 깬다.

딱히 주사는 없는 것 같다.

조용히 자는 편인가.

어제는 잘 읽지 않는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쥐뿔 모르는 나는 이야기의 흐름까지는 모르겠고

나에게 판타지는 <온타 리쿠>가 맞아.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관은 이어져있고 너무 뚜렷한 나머지 읽으면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나로선

그의 판타지가 나의 해석과 이어지지 않는다.

어찌어찌 읽어내고야 말았던 1Q84는 그나마

'다이마루'가 멋있어서..

좋아하는 작가나 장르가 없다는 것은 이것저것 취득하기도 좋지만

고르는 데에 매우 애를 먹는다는 고충도 있었다.
한동안 가지 않던 교보문고,

오랜만에 갔더니 볼 게 많다.

다음에 또 올 요량으로 보고 싶은 책 하나를 찜해두고 다른 매거진을 샀다.

이번엔 제발 읽거나 쓰거나 하나라도 해라.

(일본 매거진이다)

허세를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보지도 않을 책을 왜 사는지에 대해..

그래도 보고 싶은 작가의 심오한 만화책이 나와서

들뜬 마음에 결제를 하고

근처 스타벅스로 가 바로 읽었다.

얇아진 페이지수에 안타까웠지만 한국에 나오지 않을 것 같더니 출판된 게 어디인가 하고 고맙게 읽었다.

이게 또 신기한 게 잊을만하면 찾는 경우 바로 딱 그날 책이 나와있는 경우, 운명이다 싶은 거지.

책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무지랭이라.

마지막으로 읽은 책은 '인간실격'

누가 그랬던가, 중2병도 제 때 찾아오면 축복이라고.

이성적인 인간들이 가끔은 세상을 구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내가 다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떠올리면 마냥 자기 연민, 동정에 빠진 감상적인 한낱 인간으로 치부할 수가 없다.

묘한 연결고리가 주인공을 동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라니..

그런 식으로 생각한 적 없지만 뇌리에 남아 떠나가질 않는다.

괜한 부끄러움의 자책이 날 한없이 작게 만드는 충격적인 말이다.

태어나 많은 축복을 받았을 수많은 아기들과 그들의 부모들은 분명 '저주'하지 않았을 것이다.

넌 그냥 인간구실도 제대로 못하다 죽어버려!

라고.
가끔 묻는다.

나의 태몽은 무엇이고, 얼마나 작게 태어났으며,

아기 때 누가 가장 예뻤는지에 대해.

다 큰 어른의 육아난이도가 높다.

태어난 것에 대해 함부로 놀리지 않으려는 일종의

노력이라고 해두자.

엄마는 내가 배꼽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수술 자국도 보여줘서 영락없이 믿었다.

조금 크니까 ㅇㅇ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온 가족이 놀렸다.

화가 나면 난 그 다리로 가 친 부모를 만나 떠날 거라 맘먹었지만 떠나지 않았다.

친부모가 재력이 뛰어날 것 같지 않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다리 밑이라니.. 이미 버려진 거 여기서 나는 살아가져야 할 운명인 거다.

운명적으로 책을 만났건, 선택할 수 없지만 만나지고야 마는 부모와 아이건 분명 그 순간에는 기뻤을 거야.

아, 할머니는 동년배의 사촌동생인 작은 아빠의 딸을 더 예뻐했다고 했다.

그 기억을 어릴 때 말해줬으면 난 아마 고약한 할머니를 더 놀렸을지도 모른다.

할머니 얼굴을 만지면서 단판빵이랑 똑같다고 한 건 약과에 불과했을 거란 거다.

오늘은 날씨가 흐린 관계로 의도치는 않았지만 우중충하게 됐다.



+ 아빠는 할머니가 날 돌봐주지 않아 죽을 뻔했던 그날 하던 일을 다 내팽개치고 보행기를 샀고 할머니는 시샘을 해 작은 아빠의 딸도 태워보자라고 했지만 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난 그런 아빠 조금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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