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 나는 극장을 한참 찾았어
어릴 때 가장 많이 본 영화는 홍콩 액션 영화였다.
오빠의 영향이 컸다.
이제부터 내 꿈은 강호를 주름잡는 무림고수!
임청하의 몫이 컸다.
독수리 5형제가 외계인과 맞서 싸워 지키는 지구는 어딘가 시시하다. 허구한 날 최종보스는 잡지도 못하는 출동은 왜 하는 건지.
복수는 역시 맞다이가 통쾌하다.
곱게 자란 일자 나무를 꺾어 칼로 날을 만들어 동네 오빠와 칼싸움을 하면서 나름의 연마를 했다.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시시해졌지만..
이쯤 떠오르는 시시하지 않은 홍콩오빠 하나 있지.
잘 생긴 주접이 만드는 홍콩액션누아르코미디,
장르는 주성치.
오빠의 보호(?) 아래 엄청나게 많은 양의 비디오를 봤다. 웃겼다!
그 만의 개그코드가 딱 내 취향이다.
지금도 알고리즘엔 1차적인 개그가 많이 뜨곤 한다.
누군가 넘어지고 큰 덩치의 개에게 덮쳐 쓰러지고 딱 초딩맛 그것.
웃겨 죽을 것 같다.
누가 넘어지는데 그게 그렇게 좋냐?라고 묻는다. 싸패라는 소리를 들었다.
밖에선 조금 자중해야겠다.
시간이 흘러 무림고수는커녕 학교, 사회생활 어디에서도 고수는 되지 못했다.
하수는 이동하는 시간이 생기면 무조건 잡지를 샀다.
배가 고파 먹을 건 패스하더라도 <무빅>과 <씨네 21>은 꼭 챙겼다.
별 다섯 개가 드문 페이지를 넘기면서 따끔한 평론 한 줄에 비평을 꿈꾸고, 집필자의 내용에 맞는 삽화를 보며 심각하게 일러스트작가를 꿈꾸기도 했다.
대학 때는 그래도 꼴에 나이에 맞는 허세를 찾아야 한다며 온갖 단편영화, 인디영화를 찾아봤다.
이 정도 봤으면 어디 가서 영화 좋아한다는 얘기는 하겠다.
싶었는데 지금은 까마득하다. 시간이 제목도 내용도 싸그리 잡아먹어버렸다.
그렇게 사는 게 바빠지면서 대중영화로 빠졌다.
퇴사한 날 혼자 보고, 친구랑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취향에 맞는 감독이 생기고, 좋아하는 배우가 생기면서. 자본주의가 주는 양질의 쾌락을 즐겼다.
(서울은 문화생활 하기에 참 좋은 도시다)
대중 영화라고 해서, 자본이 투입되었다 해서 상업성을 띄었단 이유로 배척당할 이유는 없다.
잘 만들어진 영화가 너무 많고 이걸 돈 몇 푼에 누릴 수 있는 나는 영광이라 생각했다.
그냥 만들어지는 것은 없다.
영화는 나 대신 남이 꿔주는 꿈과 같았다.
무표정에 간단한 손짓, 비꼬는 말투로 맥이는 블랙코미디가 재미있다.
일본 특유 색감과 우울함에 취해, 음악에 꽂혀 한동안 일본영화에도 애니에도 매진했다.
어느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았다더라, 감독상을 받았다더라 하면 의무적으로 챙겨봤다.
지금, OTT의 간편함이 다시 보기를 가능하게 해 주었지만 그만큼 간절함은 없다.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다는 당연한 미루기가 있다. 우리는 서로 권태기를 맞이했다.
아무래도 조만간 극장을 가야겠다.
지정석은 맨 뒷자리 복도 측,
먹지도 않던 팝콘을 희한하게 병판정을 받으면서 굳이 인슐린을 맞아가며 팝콘을 먹는 버릇이 생겼다.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본 건 짐숭1, 나만큼이나 영화를 좋아하는데 팝콘 냄새도 못 맡고 미안하게 됐다.
이번 볼 영화는 내가 특별히 새삼스럽게 더 좋은 꿈을 꿀 수 있는 영화이길 바라.
잘 골라봐.
공룡이 될지 카레이서가 될지는 너한테 달렸다.
+ 후기 : F1더 무비를 봤고 우리 제리 브룩하이머 아저씨(?)는 많이 늙어버렸습니다. 신파였지만 공룡은 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