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취준생이 한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포트폴리오와 자기소개서를 들고 낯선 사람들과 대면해 나름의 기싸움을 하는 행위!
적어도 내겐 그러했다는 뜻이다.
보통 '면접'이라고 하는 저 행위는 디자인 바닥에선 그럴싸하게 '인터뷰'라 칭하길래 나도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간절하게 망했으면 하는 한 회사의 인터뷰를 봤을 때 나는 결심했다.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지 말자!
ㅅㅂ거, 별 거 아닌 데에 차비 써가며 감정 써가며 잘 보일 이유가 뭐가 있느냐 말이다!
있는 대로 해!
평소처럼 힙합스타일의 옷을 입고.
그래서 인터뷰는 잘 봤냐고?
당연하다.
다른 직종, 다른 이들은 어떠한지 모르겠으나
내 경우의 이야기를 해 보겠다.
이직도 많았으니 인터뷰 역시나 많았다.
경험치가 쌓인다.
사무실을 입장하면 딱 사이즈가 나오는 거지.
실장이나 팀장을 지칭하는 자리 외에 빈자리가 많다?
디자인팀이 스트라이크를 친 거다.
어디 한번 엿 먹어봐!라고 단체로 회사를 관뒀다는 사인을 우리는 그렇게 표현했다.
이 경우 인터뷰는 볼장 다 본 거지.
디자이너가 합심을 해? 말도 안 된다. 떼거지로 나갔다는 건 개 힘들었다는 물증이다.
해맑게 웃으며 뽑아주십사 굽신거릴 이유가 없다.
적당히 묻는 말에 대답하고 얼른 끝낸다.
받은 명함은 꼭 살펴보는 편인데 이런 경우는 다시 훑어보지 않는다. 아웃!
제법 큰 사무실, 연초 냄새와 연기가 파티션을 뚫고 흝어진다.
실장이나 팀장이 아닌 대표라는 사람이 와서 믹스커피를 마시며 A4용지를 대뜸 내민다.
이름을 한자로 써보라 한다.
내 이름 석자 못쓸까 저러나.. 이런 식의 테스트로 재미 보는 사람, 벌써 피곤하다. 아웃!
디자인회사 밀집지역이 아닌 구의 제법 큰 회사, 실장과 실무자의 대빵 두 명이 원탁테이블로 불렀다.
포트폴리오를 보고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다.
그럼 나도 적극적이어야지.
실례지만 클라이언트는 어떻게 되나요?
제가 볼 수 있는 작업물이 있을까요?
원하는 연봉은 이러합니다. 맞출 수 있을까요?
이런 경우의 인터뷰는 보통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 걸린다.
그 후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했다.
"이건 저희가 인터뷰를 당하는 것 같았어요. 허허"
살짝 짜릿한 기분도 있다.
다른 곳도 인터뷰 일정이 있냐고 물어오면 있다고 솔직하게 대답한다.
그러면 명함을 주고 연락을 달라고 한다.
연락을 주겠다! 가 아니라, 내쪽에서 한다! 가 중요포인트다.
그곳과 다른 한 곳을 굉장히 고심했지만 일이 빡셀 것 같아서 선택하지 않았다.
보기와 같게 일이 정말 많은 곳이었으므로.
당시 일은 일, 내 생활은 내 생활. 둘 다 누리고 싶단 생각도 컸다.
배부른 생각이었지.
아쉽지만 아웃!
강남에서 클라이언트의 요구대로 충무로 인근으로 회사를 이전해 버린 디자인기획사무실이 있었다.
인터뷰에서 원하는 질문과 대답을 들었고 바로 출근하길 바란다고 했다.
나 역시 나쁘지 않았다. 작업의 질도 괜찮을 것 같고 사람들도 괜찮아 보여서.
그리고 출근, 첫날은 공식적으로 일찍 가야지!
비가 왔다.(슬픈 예감은 왜..)
직원들은 늦었고 가자마자 젠체하는 여자디자이너가 수정건을 줬다.
처음부터 기획하고 콘셉트를 짜고 시안을 몇 개를 만들건 베리에이션을 치건 상관없다.
진짜 싫은 건 누가 하던 일을, 콘셉트도 없는 디자인을 요청사항대로만 수정하는 건이다.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점심도 먹고 사다 주는 간식도 먹으면서 여자디자이너 빼고 모두가 화기애애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정중한 거절을 했다.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회사와 저의 작업 스타일이 맞지 않아 다른 디자이너를 찾으심이 나을 것 같습니다.
한번 아닌 건 아니다! 이런 식으로는 곤란해!라는 생각이 들면 곧 죽어도 싫은 거다.
집요하게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대표며, 실장이며, 카피라이터까지.. 돌아가며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서운하게 했냐, 뭐가 마음에 안 들었던 거냐, 개선사항을 말해달라..
처음엔 그냥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겠다, 그리고 쎄한 그 여자 디자이너에 대해 말하는 건 좀 치사해서 말 못 해!
였는데 이건 '너 아니면 안 돼!'식으로 붙잡는 회사가 여간 수상한 게 아니었다.
실력이 꿀리는 건 아니지만 그 정도로 떠받들기식 붙잡을 인재는 아닙니다만..
계속해서 오는 연락에 여긴 더 아니다-라는 확신만 커졌다.
수많은 인터뷰를 거치면서 시건방진 버릇도 생겼다.
아니다 싶은 곳은 적절한 시그널을 보낸다.
다리를 꼰다.
시건방지게 보이겠지만 그러라고 의도한 거다.
괜한 연락을 받는 것도 피곤한 일이니까.
서로에게 좋은 이미지로 남는다? 필요 없다.
괜히 얕잡아 보이는 건 싫던 이십 대.
아! 나는 면접자가 아니라 면접관이 되고 싶었는데..
그건 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