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간

by vakejun


처음부터 이 들쑥날쑥한 글을 본 것이 아니라면 모를 겁니다.


얘는 뭐길래 판정 어쩌고 하는 거지?

죽을병에 걸렸나?

아니요.


짐작상 아빠를 그리워하는 것 같은데 얼마 되지 않은 사건인가?

아니요.


그렇다면 왜 그렇게 아직도 목메고 놓지 못하고 어찌하지 못해 안달인가?

글쎄요,

그래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이유 말고는 찾을 길이 없어 길 잃은 타이핑을 합니다.



보아하니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것 같고, 이겨내나 싶더니 우울하고, 극복하나 싶더니 다시 꺼내고..

사람이 이래서 참 복잡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만 그렇거나요.



1형 당뇨라는 판정을 받았을 때(이제 제 사정을 알겠죠?) 엄마, 아빠에게 내가 이렇게 돼버려서 미안하다고 울었습니다.

오지 말라고.. 보여주기 싫고 실패한 것 같은 내 건강상의 이유가 부모의 발목을 잡을 것 같아 한없이 피했습니다.


그러지 말걸.

오라하고 보라하고 매달릴걸..


시간이 참 잔혹한 게 얼마 안 가 아빠를 데려가고..

(이 사정이 타격이 컸습니다)

왜 진작 보러 가지 않았을까.. 그리도 찾았건만.


심각하게 와버린 우울이 죽음 문턱에 가까워지자

알약덩어리를 달고 8년이 넘어가도록 증량에 증량을 거듭.

아침, 밤으로 털어 넣으며 이제는 사는 것에 좀 더 치중하는 중입니다.


체질도 바뀌고 성격도 바뀌고 많은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유일 잘하는 것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정리를 하면서 많은 것들을 날려 보냈습니다.

우울도 걱정도 그리움도, 때로는 사람도.


글로써 생각을 정리하려 든 건 정말 잘한 일 중 하나입니다.


원래 메모는 죽어라 하는 타입이지만 장문으로 적기만 하면 추상적인 것들만 빼곡한 제 언어가, 욕으로 도배된 화풀이가, 진정 네가 하고 싶은 게 뭐냐라는 것 같아 담백해지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짐숭1의 제안에 그 귀찮은 작업을 스스로 찾아 브런치에 등록을 하고 대차게 까였습니다.

묘하게 심기가 불편하면서 발동이 걸렸습니다.

그날 저녁 저는 바로 재수에 들어갔고, 5수 10수 도전을 해보겠다!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짜게 식었습니다.

재수만에 붙지 않으면 다른 곳에 투고할 거야!

이걸 보고도 안된다면 보는 눈이 없는 거다!라는 오만한 독기가 포기를 그런 식으로 우회했더랬죠.


그리고 이틀 후, 작가 등록을 축하한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브런치, 보는 눈이 있습니다.


1년이 넘도록 프로필 사진, 작가소개 한번 바꾸지 않은 제가 그 간의 이야기를 풀어쓴 것은..

중간 정산쯤?이라고 해둘게요.


작가소개란에 적기에는 너무나 많은 양의 풀이니까.


독약도 먹다 보면 내성이 생긴 답디다.(결국 목을 쳐 죽었다는 사례..)


13년 차 당뇨인이지만 아직도 어처구니없게 인슐린 맞는 걸 잊어버리는, 어쩌다 잠깐의 평범한 인간도 되어봅니다. 한심하기도 하고 잠깐 맛봤다 싶은 게 만감이 교차합니다.


좋은 것들은 내성이 생기기 힘들 정도로 자주 오지 않습니다. 찾아올 때 마음껏 즐겨야 해요.


축배를 들어보렵니다.

아무 일 없는 요즘 이 눅눅함마저 시원시원하게 축하하자고요.




- 중간 정산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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