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나는 써야지.
규칙을 주기로 했잖아.
끈기를 주기로 했잖아.
옛날이야기 꺼내자면 많잖아.
아, 그런데..
이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당시엔 정말이지 너무나도 사건이었는데
이제는 오래되고 낡은 것들이라 나조차도 가물거린다.
다른 사람들과의 나빴던 감정거래는 잊자.
그게 내 속 편하자고 발현된 능력인지
흘러간 시간 덕인지..
늘 말하는 대로 될 거라고,
나쁜 것도 그러했으니 좋은 것만 입에 담자고
몇 번이고 마음먹기를 캠페인 하듯이.
약간은 정의로운 마음으로 나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한다.
이곳은 복잡하고 빨리 변한다.
나는 그대로인데 모든 것은 재빠르게 움직인다.
아는 길이 얼마 없다.
많이 돌아다니지 않는 타입이다.
여기 기억나?라고 묻는다면.. 모른다.
몇 번을 왔는데 왜 몰라?
라고 한다면 그때는 낮이었고, 지금은 밤이다.
오른쪽 입구로 들어가면 나올 땐 어김없이 반대편으로 나온다.
나의 출구는 늘 반대쪽이다.
맞다고 나온 길이 그 모양인 거다.
나에게도 여러 개의 출구가 있다.
나오는 방향은 제각각이다.
사람마다 상황마다 나오는 방식을 다르게 설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영원한 길치 이기만 할 뻔한 내가
용의주도하게 세워놓은 지도.
잘 속지 않고, 알면서 티 내지 않는다.
사람들의 무관심한 태도에 숨어있는 영악함을 안다.
누군가가 건네는 선함에 따뜻한 포옹으로 영역표시를 한다.
지나가는 말에 가시가 있다는 걸 눈치챈다.
모른 척한다.
전에는 그 자리에서 물었다.
이거 나 찌르는 거냐고.
잘못된 길에서 헤매고 싶지 않다.
그 길로 날 인도한다면 난 거기서 왔던 길로 되돌아가거나 가던 길을 멈추고 양갈래 그 어느 길로 가면 되겠냐고 물었다.
내가 주도했던 길 위의 사람들은 본인들의 양심에 손을 올렸고 그들이 끌고 가던 길 위의 나는 잘 가-라고 내적 손절을 했다.
남아있는 이가 별로 없다.
늘 추구하는 바는 양보다 질이라..
몇 안 되는 좋아하는 장소, 꼭 가는 장소가 있다.
그 익숙함이 좋고 나는 더 이상 헤매거나 서투른 짓은 하지 않는다.
가끔은 몇 안 되는 사람을 안내하기도 한다.
좋은 건 나누라고 배웠다.
이 대단하지 않은 글을 누군가는 본다고 생각하니
걱정이다.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그 방향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할 것만 같은 희한한 책임감이 들기 때문이다.
소개로 조금은 밑밥을 깔았는데..
그래도 여기에선 조금이나마 쉬어가는 길이 되었으면 한다.
이 글엔, 이 길엔
아주 자그마하고 푹신한 1인용 소파를 놓아두는
심정으로 걸어가 볼 작정이다.
보태기 - 나는 사람을 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