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게 행복하고 크게 울었다.
사소하다고 해서 하찮은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비율적으로 좀 따져보자면 손해 보는 감정.
그저 흘러가는 대로 갔다.
요즘 나의 무드는 '정신병자' 수준이다.
실제로 정신과 약을 복용한 지 햇수로 7년이 되어 가고 있고 내 입으로 저 말을 담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내가 저 말을 입에 담으면 영락없는 '정신병자' 그 실질 그대로의 것이 되고, 다른 아픈이의 약점을 무기 삼아 날 방어한다고 생각했다.
혹은 사회악을 통칭 그리 부르니 뭐 썩 내키지 않은 면도 없지 않았고..
얘기가 샜다. 못 느꼈다면 다행이다.
종종 누군가가 이야기를 할 때면 다른 생각을 한다.
그걸 눈치챈 사람은 내가 약을 먹고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난 항상 다른 곳에 있다.
즐거운 가운데 나 혼자 공허하고, 혼자인 가운데 너무 평온하고 외롭다.
이십 대 중간 어디쯤,
그때엔 일기란 것을 꾸준히도 썼던 것 같다.
암호를 걸고 온갖 욕이란 욕은 다 퍼붓고
살아가는 자양분으로 삼아 해갈을 하곤 했다.
그러다 몇 년 후 컴퓨터가 맛이 갔다.
나의 수년을 걸친 욕지거리와 비밀스러운 속 이야기가 깡그리 날아가버렸다.
멘탈도 털렸다.
고민했다.
과거는 고이 접어 날려 보내고 생계를 택할 것인가,
정신 건강을 위해 복구를 하고 쪼들리는 생계를 맞이할 것인가..
당시엔 초봉 90이란 돈이 빠듯해 1, 2만 원이 아쉬울 때라.
결론은,
포기하기로 했다. 내 수년의 일기장은 그렇게 속독 한번 못한 채 날아가버렸다.
기억 날 리 없다. 내용도 없고 의미도 없다.
그저 내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던 구실이 사라졌으니 이제 무엇으로 화를 잠재워야 하나-라는 의문만 남았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배는 고팠다.
하필이면 잘 먹지도 않던 피자가 먹고 싶더군.
싸구려 피자 말고 메이커.
지갑을 보니 2만 얼마가 남아있다.
선택의 기로마저 참 처량하다.
- 백수 주제에 말이 되냐?
- 먹고 죽자.
도미노 피자에 주문 전화를 걸었다.
그때 먹었던 '스위스 퐁듀'는 내 전 재산과 맞바꾼 마지막 만찬으로 깨알같이 먹어치웠다.
돈을 모으기로 맘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