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단팥빵 할머니

by vakejun


아침부터 비가 왔다.

학교 가는 걸 참 좋아하는 '나'인데도 비 오는 등굣길은 싫다. 자전거도 못 타고 걸어서 30분을 갈 생각에 벌써 까마득하다. 그런데 우리 집, 갑자기 모르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엄마는 조용히 나를 부르고 오늘은 학교에 가지 말라고 한다.

아싸!



"네가 ㅇㅇ이 딸 ㅇㅇ이구나? 내가 니 고모다."


난 고모가 없는데?

나는 큰 아빠만 3명에 작은 아빠 한 명이 전부다.

왜 나는 누구네처럼 자랑할 고모가 없냐고 물어봤지만

아빠는 남자형제뿐이라고만 들었으니까.


모르는 사람들의 연속은 계속 이어지고 분주했다.

어른들은 어딘가 차분하면서도 끊임없는 인사와 말들이 이어졌다.

손님들(?)의 맞이가 거의 끝나갈 때쯤 나는 안방 병풍뒤에 할머니가 계신다는 걸 알았고

엄마는 벽을 잡고 너무나도 서럽게 우셨다.


할머니는 성격이 고약했다.


동네엔 그런 소문이 있었다.

할머니가 소리를 치면 앞산이고 뒷산이고 들썩들썩한다고. 아이들은 할머니가 계시면 우리 집에 놀러 오기를 꺼렸다. 무슨 화가 그리 많았는지 모든 사물과 사람에게 늘 화가 잔뜩 나 계셨던 것 같다.


나는 할머니가 무섭지 않았다.

그저 단팥빵 표면과 같은 할머니의 얼굴을 몇 번 만지작 거리고, 하루에 몇백 원씩 받아 과자를 사 먹은 게 전부다. 친밀한 유대관계도 서먹한 관계도 아닌 손녀.


나는 그저 할머니의 잔소리에 고달파지는 엄마가 눈에 들어왔을 뿐이다.

근데 우리 엄마 울어도 너무 운다.

그렇게 할머니에게 혹독한 시집살이를 했는데 왜 우는 걸까.


호상이라 했다.

전날 집을 한 바퀴 둘러보고 고이 잠자리에 누운 채, 아침에 일어나지 않으셨다고 했다.

엄마 정도 되니까 고얀 할망구 모시지 않았겠냐고 막걸리를 드시며 다들 거들었다.


나는 3일 동안 학교에 가지 않았고 처음 보는 1인 도시락이 그저 신기했다. 울거나 그립거나 하진 않았다.

여덟 살은 알 수 없다.

그저 무섭고 이상했던 건 꽃상여와 알 수 없는 곡소리였다.


내가 본 첫 죽음은 큰 아빠댁에서 지내는 제사보다 무겁고 남겨진 사람들은 침묵보다 떠들고 울기를 반복했다.



그때 알았어야 했다.

미운 정이 얼마나 무서운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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