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둑

by vakejun


새 운동화만 사면 비가 왔다.

지금처럼 운동화가 많지도 않은데 세탁만 하면 비가 왔다.


망할 놈의 징크스.


내가 하는 많은 행동에 부정 어린 힘을 싫어

나를 못살게 괴롭히는 의식들.



밤에 손, 발톱을 깎지 않는 건 부모의 마지막 곁을 볼 수 없다는 미신을 들어버려서.


샤워 후 불어 빠진 손톱을 깎기가 쉬워 그렇게 밤마다 손톱을 깎았다. 그리고 아빠의 마지막엔,


내가 없었다.


저 미신을 너무 늦게 알아서였나?

미리 알았다면 볼 수 있었을까?



마지막 가는 길,

쥐어짜듯 온 힘을 다해 서 있어도 자꾸만 고꾸라지는 몸을 작은아빠가 지탱해 줬다.

노잣돈을 손에 쥐어주고 아빠에게 주라 하셨다.


너무 울어대니 안타까웠던 걸까.

처음엔 염을 해 조심하라던 장의사가,

얼굴은 만져도 된다고 했다.


보라색 같은 얼굴과 입안에 든 쌀알이 너무나 어색했다.

볼을 쓰다듬었다.


아빠는 모르는 것 같았다.

바보같이 막내가 온 줄도 모르고,

나만 서럽게 울었다.



지나간 세월이 야속해도 어쩔 수 없다.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흐르고,

내게는 불공평한 징크스도 함께 흘렀다.



신발장을 꽉 채울 만큼 운동화가 가득 찼고 여전히 새 신만 신으면 비가 왔다.

맞을 거면 맞으라지.

내려놓으니 이 마음이 오는 비도 이긴다.

장화도 샀으니 맘껏 와라.



손톱은 더 이상 밤에 깎지 않는다.

내게 남은 소중한 것을 더는 빼앗길 수는 없다.


미신에 불과, 징크스에 그치지 않지만 안 해서 손해 볼 건 없다.



가는 게 있다면 오는 것도 있어야지.

말하는 것에 힘을 실으면 그렇게 된다라는 신념이 생겼다.


저런 집엔 누가사나? 나도 살아봤으면-했더니

그 집에 내가 살게 됐다.

그 후로 혀끝에 싣는 말에 조심을 얹었고,

좋은 것들만 오라 떠들었다.


이 정도면 십 년도 넘는 세월 그럭저럭 잘 버텼다.


아빠 이야기를 숱하게 쓰면서 온 힘을 다해 잘 참았는데, 그날이 마치 어제 같아 끝내 오늘은 울고야 말았다.


잘했다.


터질 건 터져야지.


그래, 좋은 일이 있기 전에는 악재가 먼저 온다고 했다.

까다롭고 큰일도 지나가니 이제 난 좀 여유로워질 것이다.


살고자 함이다.

'그냥' 아니고 '잘' 살고자 함이 의지를 키웠다.


나쁜 일이 손톱만큼 자라면,

해가 잘 드는 창가에서 잘라내면 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게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