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대단하잖아

by vakejun


그런대로 괜찮은 삶이란?


사람들이 말하는 '평범한 행복'이란 어떤 것인가.

내가 추구하는 행복은 무엇이고 어딜 들춰야 나오는 것인가.


행복에 왜 이렇게 집착하는가.

결핍 때문일까?

근데 또 그렇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추구한다.

안정된 기류 안에서 조용히 살고 싶은 마음이 밑바닥에 깔려있는 것 같다.

그리고 모두의 안위를 바란다.

항상.


가족의 건강을 빌고, 조금 욕심내자면 나의 건강도.

떨쳐낸 인간관계를 제외한 모두의 무탈을 원한다.



거창한 인류애는 아니다.

그럴 위인도 아니고.

그저 바란다.

그냥 바랄 뿐이다.

바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나밖에 모르던 이기적인 시기를 지나,

무엇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 불만 많고 억울했던 우울기를 지나

뭐, 여전히 처방전에 의존하지만...


지금은 바라는 것이 조금 생겼다.


내일 뭘 입을지 고민하고, 외출할 때 내 시그니처 향수를 뿌리고, 자주 가던 카페를 갈지 새로운 카페를 가볼지에 대한 별거 아닌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빠진다...

전에 없던 집중도다.

무언가에 그렇게 집중을 못하는 성격이다.

일할 때야 3~4시간 방광이슈를 참아가며 이것만 끝내고, 이것만 다하자!

라는 몰입도를 보였는데, 일이 없어지고 건강도 잃다 보니 초반에 매달린 건 운동.

집착에 가까웠다.

유일한 활동이자 스스로에게 주는 과제이며 채찍인 것이다.


그게 뭐라고.

다 부질없다.

그 몸뚱아리 하나 건사하겠다고, 나만 신경 쓰겠다고 부모 가슴에 못을 박았으니

아마 그동안 내가 건질 수 있었던 건 철없던 치기가 주고 간 '대가' 뿐이었다.



견뎌야 했다.

모질고 힘든 시간임에도 버텨야 했다.



갈 때 가더라도 담배 한 모금 정도는 괜찮잖아?

라고 말하던 유명한 대사의 중구 씨는

그렇게 멋지게 갔다.

조폭의 말로가 멋있게 그려졌다.


어느 조직에서의 나 역시 그렇게 멋지고 당당하게 나왔지만 지금은 가족과 친구, 적지만 양보단 밀도 높은 주변인들에게 소속되어 이런 생각도 하고 산다.



우울증은.. 잠식된다.

이게 제일 무서운 거다.



내가 마치 살아도 되나?

라는 의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하고

나 여기서 그만해도 되지 않나?

라는 편안함을 부추긴다.

거기에서 빠져나오기까지 혼자서는,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날 살게 했고,

나는 되도록이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살고자 함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안다.

사는 게 얼마나 힘이 드는 건지.

나도 그렇고 주변 모두가 그렇다.


경제적이든, 감정적이든, 이 먹고사는 문제가 이성만으로 통제가 안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시대는 언제나 그런 문제와 고통을 주고 실험하는 것 같다.

무조건적은 극복은 없다.

다들 너 같은 환경은 아니라서-라고 말한다면 할 말 역시 없다.


고통은 상대적인 거라서 그렇게 느낀 부분이 맞다면 아마 맞을게다.

내 고통이 큰지 상대의 고통의 큰지 한 뼘 차이로 누가 더 고통스럽네-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빠져나올 공식 같은 거라도 있다면 좋을 텐데

모두에게 그러하란 법도 없으니, 한계가 있다.

하고 싶은 말은 많고 전달만 하기에는 나 역시 부족함을 느낀다.



이겨내라 말하고 싶지 않다.

무작정 견디는 거 힘들다.


조금 위로의 말을 건네자면..

주변을 보면 나보다 불쌍한 사람이 아니라

나를 가여이 여기는 사람이 한 사람 이상은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자.


없다!라고 하지 말고.

천애고아라 해도 누군가는 당신의 어깨를 두드린 적이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당신의 이름을 따스하게 불렀을 것이다.


기억에 기대야만 하는 과거였다 해도

이제는 당신도 당신 스스로에게 "괜찮아."라고 말해 줄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괜찮고, 나아가지 않아도 되며, 오늘도 이 생에 머물며

한숨이든 욕이든 인사든 같이 하게 되는 날이 되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세상 좆같아도

전부 그런 건 아니다.

믿는 구석 하나쯤은 만들어두자.

적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자가 은근히 쏠쏠하다.



막연하게 시작해서, 너덜너덜하게 끝났지만

막무가내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 나는 조금 소화가 됐다.



잘 얹히는 삶은 이런 거에도 속이 시원하다.


시원하게 트림하는 삶을 살아보자.

생리현상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며, 아주 잘했다고 칭찬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이 대단한 걸 해낸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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