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그랬다

by SEIN


매일 과자를 달고 살았다.

몇 백 원이면 충분했던.


그러나 돈이 남아돌아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던 사식이 있었다.


베지밀 A, 그리고 B.

두유가 사람을 막 가린다.


A와 B라니..

학교에서 나는 AB형이라던데?

나는 마시지도 못하는 두유를 만들었구나.


그렇다면 전지분유를 먹어보자.

특유의 늬글한 꼬소함이 좋아 시도는 몇 번 했지만

배가 살살 아파왔다.


아이들은 사고 치는 방법에 능수능란하다.

숟가락으로 가루를 퍼먹으면 눈을 밟을 때와 같은 소리가 난다. 잘못 기침을 하면 대참사를 면치 못하니 주의.



다시 베지밀로 돌아가서.


베지밀의 역사는 엄마 아빠에게는 새참, 동네 어르신, 지인들에게는 인사겸 들를 때 손에 들기 딱 좋은 가성비와 사이즈였다.

인기가 많다는 뜻이었다.


나 빼고 모두에게 잘 팔리는 존재였다.

진짜 뜻을 알았을 때의 배신감이란..


베지밀 A와 B는 Adult와 Baby의 이니셜이란다.


그 어느 쪽에도 내 생은 낄 수 있었지만 배앓이로 멀리했다. 그것은 피의 유형이 아니라 성인과 아이의 입맛이라는 걸 모르고서 먹지도 못할 그림의 떡을 보면 괜스레 과민했다.


미안하다. 몰라봐서.


따뜻한 물에 담긴 병 베지밀은 유독 더 탈이 났는데 그 시절 감성, 역시나 기억나지 않는 그 맛은 이제 상상도 안 간다.



주변 짐숭들은 대중목욕탕에 다녀오면 바나나 단지 우유를 그렇게 먹었다고 하는데, 대도시의 것들은 스케일이 다르다.


그런 단내 나고 호사스러운 간식이라니.

나의 목욕탕은 엄청난 크기의 고무대야에 백숙같이 빠진 나를 뽀얗게 밀어주던 엄마의 능숙했던 힘조절만 기억난다.


흥, 바나나우유쯤은 거뜬히 사고도 남을 차가운 도시의 학생 나부랭이가 되고, 그 유명하다는 단지우유를 샀다.


달기만 한 그 우유는 결국 다 먹지 못했다.

마시는 게 아니라 먹지 못했다에 가까운 '음식'이었다.

내게는.



먹으면 배가 아픈 것들이 참 많았다.

전에도 말한 역 앞, 싸구려 낭만토스트가 그랬다.

그럼 꼭 딸기우유를 집어 들었다.

200ml 딸기우유는 적당히 달고,

적당한 용량에,

적당히 맛있다.


그리고 엄마가 허리 수술을 할 즈음

나타난 획기적인 아이가 하나 있었지.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


사실에 기반한 정직한 우유, 저거지!

내가 마실 바나나우유.

제일 좋아한다.


정직을 좋아하는 건지, 맛을 좋아하는 건지

쓰면서 조금 헷갈린다.

오랜만에 마셔보면서 따져봐야겠다.


아직, 팔긴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