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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단편 1

by vakejun


그는 나에게 '아들'이자 남편이었고 아버지였고

내 모든 것이었다.


나는 까막눈..

띄엄띄엄 책을 읽기 시작했다.

가격까지 정독을 하다시피 모든 글자란 글자,

까만 것은 죄 눈에 담고 소리 냈다.

조금 재미있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세상 이치를 알아가고

조금 덜 바보스러워지자 혓바닥에 힘이 실렸다.


그 무렵 나의 잘생긴 아들에게 부탁을 했다.

연약한 척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키가 작은 날 위해 베풀어주는 아들의 친절은 언제나 나를 기쁘게 했기 때문이다.

저기 위칸의 뭐 좀 꺼내어 달라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그는 재미있는 무언가를 보는 듯했지만 이내 쉽게 일어났다.


"아 씨발 등신이 맨날.."


순간 내 표정이 조금 구겨졌었나 보다.

평소 같았다면 괜찮았는데..

아마 내가 책을 읽어서 똑똑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당황해하는 아들 녀석의 얼굴이 파랗게 물든다.

변명 같은 것을 하려나보다.


"아, 아냐 엄마. 내가 TV를 보다 헛소릴 했어.

엄마한테 한 말이 아냐, 알지? 의자가 낮아서 안 되겠네~ 좀 더 높은 거 갖고 와야겠다"


궁색한 이유를 만드느라 애썼다.

아직은 내게 미안한 감정이 남아있나 보다.

늘 그랬을 텐데 몰랐을 거라 생각하니 나 자신이 한심하고 녀석을 죽여버리고 싶기도 했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지식을 읽어서이다.

수치심 이라고는 모르는 '전과 같은 등신'의 삶을 살았더라면..

아들과 나는 곤란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들은 좀 더 높은 의자를 가져와

손쉽게 물건을 꺼내 건네주었고

나는 더 이상 기쁘지 않았다.



18' 3월 26일. <내 꿈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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