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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의 바다

by vakejun


바닷가, 서울을 몇 시간 벗어나면 경치 좋고 사람 북적이는 카페거리의 부산한 바다를 볼 수 있다.

사실 바다가 좋다라기보다 떠나는 행위 자체가 더 좋은 걸 수도 있다.


명당도 아니지만 카페랍시고 한 자리 차지하고 나면 유명세다운 지불을 치러야 한다.

그래도 오길 잘했다.


모래라도 밟을 요량으로 푹푹 빠지는 그곳을 걷는다.

저 멀리 물가 근처의 아이가 맨발로 사정없이 뛰어온다.

그것도 파도를 보며 뒷걸음질 치면서 이쪽을 향해 온다.

어? 부딪히겠는데?


부딪혔다.

아이가 혼자서 왔을 리 만무, 역시나 그 옆엔 모친이 푹푹 빠지는 모래를 딛고 내 쪽으로 온다.


사과는 됐어요-


개뿔.


미친 순발력에도 불구, 어디로 튈지 모를 뒷걸음치는 맨발의 아이를 피하지 못한 나는 처박히듯 박히고, 아이가 전달해 준 모래를 탁탁 털며 가던 길이나 가려고 했다. 아이의 모친은 제 자식만 살피며 내게 눈총과 더불어 한마디 거들고 만다.


"좀 비키지 그랬어요?"


상식 없는 사람이 너무 싫다.

달려온 건 네 아이, 부딪힌 건 나.

양보해서 쌍방과실이라도 예의상

"괜찮아요?" 정도는 묻고 따졌으면 좋았잖아?


"애 좀 잘 돌보지 그랬어요?"


서로가 어이가 없다.

모친이 기가 막혀 아이의 모래를 털며 이 눔의 시키!

할 법도 하지만 그저 치마폭에 싸고도는 통에 엮이지 말자! 했다. 곧이어 품 안의 자식을 본 부친이 다가와

‘왜 무슨 일인데 그래?’하며 등장한다.


아군을 얻은 모친은 기세가 등등하다.

"우리 애가 뒤통수에 눈이 있었으면 피했지! 그쪽이 피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기적의 논리다.

어. 나도 네 자식에게 돌연변이 이상의 것을 바랐지만 내 상식이 그건 아니라더라.

뒤통수에 눈도 없는데 왜 뒤로 뛰게 냅뒀는지 모르겠다만 애 빼고 어른 대 어른으로 너는 그러면 안 되는 거지! 하고 싸웠다.

이런 경우 기분은 망치라고 있는 거지?


저들의 몰상식함이 싫다.

그런 자들에게는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이 옳고 그른지의 판단은 바라지도 않아. 어디 가서 내놓기 부끄러운 고집 센 자기주장은 상대방의 상식을 무너트린다. 보통 그런 주장에는 쓸데없이 과한 힘도 있다.


지인들이 싸움을 말렸다.

내 기분을 망쳤으니 너희 가족도 상쾌하지만은 않을 거야. 보통 우린 그걸 ‘자업자득’이라고 불러.


모처럼의 콧바람이었는데 코에서 김 나는 일만 하고 왔다.




+

꼬맹아, 잘 보고 잘 들어둬.

너는 과잉보호를 받고 있고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 부딪히면 사과 따위는 절대 하는 게 아니야. 지켜보는 이가 많고 네가 불리하다 싶으면 무슨 놈의 어거지가 됐든 우기고, 이기고 보는 거야?! 모친 하시는 거 잘 기억해라.


+

모친께.

부디 과잉보호 멈추지 마시고, 나약하게 품 안의 자식처럼 큰 울타리 되어주십사 부탁드려요. 사회가 건강하려면 얼마간의 '악'도 존재해야 영웅도 나는 법입니다. 건강한 정신들 건드리지 마시고 하던 대로 '악역' 맡으세요. '권선징악'도 알 날이 오겠죠.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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