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엄마는 외할아버지에게 그렇게 혼이 났다고 한다.
"씻다가 다 조지것다!"
유전
엄마는 삼 남매 중 특별히 나에게 몰빵 하신 것 같다.
절대 반지와 같은 절대적인 공간,
샤워를 하지 않으면 침대에 눕지 않는다.
못한다가 정확!
깨끗하게 씻은 후의 나를 위한 보상
이 집의 상전은 침대.
처음 병에 걸렸을 때 그런 생각도 했다.
너무 씻어 되려 역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걸까,
해서 걸린 걸까..
때로 떨어진 음식도 주워 먹고 나름의 더러움도 갖춰야 면역이 강해진다는 허무맹랑한 말을 어디선가 들었는데 베라별 생각이 다 들었다.
생각은 깔끔하지 않은 편인걸 지금 깨닫는다.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집기들은 항상 같은 자리에 흐트러짐 없이 있어야 한다.
샤워젤과 바디로션은 늘 두 가지 이상이 배치되어 있다. 기분에 따라 골라 써야 하기 때문
매직 블록은 세면대 위 모양이 이쁠 때까지만.
수전에 묻어나는 지문과 물때가 보기 싫어서다.
세정 물티슈를 쟁여놓고 수시로 닦는다.
먼지는 내가 먹어서도 눌러앉아도 안 되는 하등 도움 안 되는 불필요한 것이라.
하루에 두 번 바닥을 닦는다.
빨래를 할 때면 또 닦아준다.
언제 어디서 누가 닥치든 아니든 내 집은 내 만족으로 인해 무방비하지 않다.
어릴 때 본가-
언니, 오빠 가족들이 머물다 가면 대청소를 했다.
어림잡아 세 시간 정도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온다.
그리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나도 머무는 사람이 아닌 떠나는 사람이 되어야지.
머물다 간 흔적을 지우는 청결한 작업은 남겨진 사람에게 조금은 쓸쓸하고 어딘가의 허전함을 지워주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깔끔한 게 좋으니 멈추진 못했다.
떠나는 자가 되었을 때 엄마에겐 그 기분을 주기 싫어
그렇게 대청소를 해주고 가는데도 불구, 성에 안 차는 부분이 있었나 보다.
(외할아버지는 몇 수 앞을 보신 건가..)
이불과 베게 커버를 빨고 수저를 삶고 식기와 수건 및 주방수건은 세척해 햇빛에 소독하셨다.
나는 멀었다.
독립은 원하는 만큼 깔끔을 떨고 유별나게 현상유지를 할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이다.
외출 후 입던 옷을 버리고(세탁기에 넣고) 옷을 갈아입고 샤워 후 새로운 옷을 꺼내 입고 다음 날이 되면 세탁기로 간다.
깔끔한 엄마도 빨래 만드는 귀신은 못 참으셨다.
화장품과 집기들, 거울과 창문, 닦을 수 있는 물건과 지면은 모두 닦는다.
늘 하던 대로 음악을 크게 켜고 몸의 고단함을 노동요로 가린다.
나열할 수많은 깔끔들이 있는데 쓰다가 정리벽이 다시 도질까 그만하기로 한다.
결과는,
맞아요. "대충 살자!"를 입으로 뱉어 가며 '대충 하는 시늉'으로 극복하고 있다.
침대는 절대 불변의 법칙이라 건들지 못하는 부분,
나머지는 약간의 인간미를 갖추도록 한다.
유고기는 새벽닭이 울기전 날 시험에 들게 했다.
"샤워 안 했는데 나 침대에 재워줄 거야?"
그래-누워라!
자라!
너 가고 세탁하면 된다!
베드로는 테스트에 통과했다.
전 같으면 묻지도 않을 질문과 대답을 하고 서로 만족한다.
많이 나아졌다고 칭찬도 한다.
그리고 상해에 와 집 정리 좀 해달라고 요청한다.
똑같은 옷걸이들부터 준비해 놓으라 일러주었다.
한 명의 간절함과 또 다른 이의 근질대는 승부욕에
둘은 말없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