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을 한다.
마음의 고향 스타벅스로.
복장은 짐작하는 대로 늘 그렇듯 화려함의 극치!
그냥 복장 터지는 소리 한번 해봤다.
직업의 특성상 그때나 지금이나 착장은 변함없다.
후리함- 그렇지만 간지 나게.
직장인보다 더 빠른 기세로 내가 지정한 상석에 자리를 잡는다.
오전 8시 40분.
월급 주는 이도 없는데 이렇게 열심이다.
심지어 조용한 리저브를 택하는 바람에 커피값 꽤나 드는 이곳을 나의 작업공간으로 지정해 버린 건
나중에 꼭 회수할 요량으로 투자하는 개념이라고..
힘에가리 없지만 깨알 같은 이 글들은 혜안을 가진 어느 지성인의 눈에 띄어 책을 내고 말리라-라는 무턱대고 허황된 진심과 바람이 지금은 일단 쓰고 보라고..
그러기 위해선..
잠부터 깨야겠지.
아침 6시!
12년째 몸이 일어나고 내게 일어나 지는 규칙.
지속성 인슐린(24시간 플랫 하게 혈당을 유지하게 도움을 주는)을 맞아야 하기 때문.
될 리 없던 아침형 인간이 되는 순간들의 연속.
늦게 자고 되도록이면 늦게까지 깨지 않고 가능하다면 밥도 먹지 않고 오로지 잠만 잤었다.
원치 않던 바뀜.
출근이 없어졌고 늦잠을 자지 않고 아침을 챙겨 먹는다.
초반 몇 년간은 요가학원을 다녔다.
어디든 다니는 게 낫지 않겠냐는 주변의 권유와
그나마의 정신줄을 놓지 않으려면 종교든 뭐든 권유하던 때였다.
운동, 그거라도 안 하면 정말 쓰레기 같아서 몸을 그렇게 움직였다.
영원할 것만 같던 그늘도 사라지고
남아있는 건 지켜야 할 몸뚱이뿐이라고 생각했다.
합병증은 막아야지.
비참한 결말을 맞지 않으려면 그게 최선이다.
지난 업데이트의 내용으로 봐선
베드로의 등장에 기독교신자가 아닌가 하겠지만
기도가 통하지 않던 고1, 그날의 난 신과 손절했다.
어릴 적 유치원은 다니지 못했지만 그 시골에도 교회만큼은 으리으리했는데 아마 당시에도 새 옷을 입고 뽐내고 싶은 욕구가 출석 의지를 높였을 거라고 짐작.
손에는 헌금 200원을 쥐고 신과 만나는 그 자리가 나에겐 주일마다 오는 공식적인 출근, 데뷔였다.
희한하게도 미션스쿨만 다닌 건 정말 공교로운 일..
오늘은 정말 출근을 할지 말지 많이 망설였다.
새벽부터 쿠르릉거리던 날씨의 조짐이 그러했다.
아침까지 비를 뿌려줄 테니 컴컴한데 잠이나 한숨 때려-라고.
그 유혹을 뿌리치고 상석에 자리 잡았다.
대단하다. 진짜 자고 싶었는데..
극심한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어제는 제 발로 병원에 가 링거도 맞고 왔다.
이게 그 링거투혼인 거다.
그러기 위해선 오늘의 커피값.. 꼭 뽕뽑을거다.
그리고 책이 나오면 가족들에게 한 권씩 손에 꼭 쥐어줄 거다.
사인도 기깔나게 휘갈겨서!
Dear. 엄마
To. 언니
To. ㅇㅅ (오빠는 왠지 오빠라고 부르기 싫다)
그리고 그들은 알아야 한다.
내가 이런 걸 쓰는지 짐작도 전혀 못하고 있는 바, 꿈에도 모르겠지-
내가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얼마나 사랑하고
얼마나 고발하고 싶은지에 대해..
마음에 있는 얘기 까발리고 나니 속이 시원하다.
이만 퇴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