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영역은 아니고 지리한 과거로 머물렀던, 이미 끊어내 버린, 굳이 칭하자면 고등학교 동창'둘'
대다수의 사람들은 고등학교 동창이 제일 오래간다더라-
라지만, 내 경우는 '아닙니다'
대단하게 뭉쳐있던 내가 속한 그 집단은 졸업여행에서 수식어가 따로 붙어있다는 걸 처음 알았고, 그 집단이 싫어 나는 무던히도 따로 놀기를 반복했다.
졸업 후에도 대단한 결속력을 지키려 했고, 우리는 대단해!
성인이 되어서도, 떨어져 있어도, 가는 길이 달라도 우리는 함께잖아!
를 외치는 그네들의 멈춰있던 시간들에서 나는 회의감과 이질감이 들었다.
원래에도 그 집단은(사실 거창하게 불렸던 수식어는 너무나 특이하고 알아차리기 쉬워 까발릴 수가 없다) 많지도 않은 머릿수에도 불구하고 끼리끼리 안에도 서로 더 친분을 과시하는 끼리가 나뉘었고 남은 하나는 어쩔 수 없이 방관하는 나의 짝이 되었지만 난 정말 그 인간 1의 짝이 되기 싫었다.
이유는 많았다.
유치함이 가득한 날만 선 태도도 반갑지 않았고, 본인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여과 없이 내뱉는 험한 말도 듣기 거북했고, 낙오될 때의 인정하지 않는 불만덩어리의 표본도, 무엇보다 센척하는 그 과시욕도, 제일 싫어하는 본인만 모르는 허언증 같은 그 거짓말도.
저 집단을 벗어나면 하굣길을 같이 하는 찐친이 따로 있었고, 고3 여름방학, 강릉과 서울을 가방하나 메고서 2박 3일 개고생을 함께 한 여행 친구가 있었다.
이 둘 아니었음 저 말도 안 되는 그룹에서 버티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다시 돌아와서!
저 영역 밖에도 현, 친구는 아니지만 쳐내지 않은(내버려 둔) 인간관계 하나가 있다.
이유 많은 저 인간과 이 영역의 인간 2의 공통점이라면 하나 있다.
따 라 쟁 이 들.
꼭 그렇게 한 번씩 인과 연을 쳐내는대도 이어지던 연들이 이들의 속성을 알려주곤 했다.
내가 입은 옷과 내가 했던 말들과 말투, 행동, 아이템들이 그들에겐 좋은 먹잇감이 된 건지 뭔지.
다음에 보면 내가 이상한 건가? 싶은 기분이 꼭 들게 만들었다.
똑같지는 않지만(무시하자면 너흰 그걸 똑같이 구현하지도 못했다) 비슷한 옷의 스타일과 싸이월드의 배경음악과 대문짝의 상태메시지 같은 말과 일기장, 올리는 사진들의 타이틀이 그러했다.
이거 내가 과민하게 받아들이는 건가? 하고 자문했지만 그동안 축적되어 온 나의 데이터는 결코 그들이 순진하지만은 않은 행로를 밟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험난한 여행의 친구에게 내가 예민한 거냐?라고 제삼자의 평을 물었다.
원래 그랬는데 넌 몰랐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타격감은 없었다.
맘대로 해. 너네가 날 따라 하고 있을 때쯤 난 이미
다른 걸 하고 있을 테니.
근데 따라쟁이 2야, 이건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내 건강을 염려 삼아 의도된 너의 친절과 배려를 애인 앞에서 드러내는 것까진 뭐라 하진 않을게.
이야기의 중심이 네가 아니면 얼굴이 썩어드는 그 버릇도 애정결핍이니까 괜찮아.
뭐 하나 자랑거리가 생기면 내게 못 보여줘 안달 난 그 어린애 장난 같은 짓도 기꺼이 봐줄게.
그런데 말이다, 판정받은 지 얼마 안 된 내게 순진한 듯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넌 묻더군.
"너 그럼 이제 하루에 세끼밖에 못 먹어?"
하, 씨발..
저놈의 새치혀를 뽑아버리고 싶은데 내가 너무 정직하게 사는 거지?
내가 고양이를 기르니 그 마저도 따라 하던 네가 어느 날 메시지에서도 빤한 질문을 멍청하게 하더라.
고양이가 아프니 같은 병에 걸린 사람에게 부탁해 보험처리받아 싸게 약을 처방받는 방법도 있는데 그걸 이용해 보면 어떨까? 한다고.
편법이야 둘째치고 너 진짜 생각이란 걸 하고 사는 거냐?
대놓고 따라 하던 컬러링도, 내가 입는 옷의 같은 브랜드도 아닌 언더의 비슷한 무엇을 갖추고 아무렇지 않게 서로가 원조인마냥 나서는 것도, 촌스러운 이름을 둘 다 개명한 것도 어쩌면 영혼의 단짝은 너희 둘이 아니었을까 싶다만.. 그러거나 말거나-
한 번은 나도 우울증 치료가 극에 달했을 때 짐숭1에게 느닷없이 물었지.
이미 진작에 나가떨어져나간 1은 집어치우고 따라쟁이 2에게 어쩌면 내가 너무 관대하지 못하거나 아량이라는 걸 베풀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인간은 고쳐 쓰는 거 아니란다-
그렇긴 해.
나도 고치고 싶은 맘은 없어.
-1아, 소름 돋는 건 뭔지 알아?
내가 자주 가던 미용실에서 디자이너쌤이 그러시더라?
피어싱 이렇게 이렇게 하고 이렇게 생긴 애가 나랑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해달라 하고 갔다고.
혹시 이 사람인가요? 했더니 맞다하시더군.
난 느꼈다. 나도 몰랐던 네가 냅다 안겨준 나의 우월함과 너의 시시함.
그래서 난 너희 둘의 안부가 전혀 궁금하지가 않다.
계속 그러고 살 걸 알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