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나기를 어떻게 태어난 건진 모른다.
기억나지 않을 옹알이를 많이도 했겠지.
늦둥이에게 모자란 모유를 대신 쎄레락을 사줬건만 성질 못되게 쏙쏙 내뱉었다고 했다.
언니, 오빠는 몰래 훔쳐먹고 혼이 났다고 했다.
어린이는 궁금한 게 많아 질문이 많고, 상상력이 풍부해 가끔은 알 수 없는 세계에서 놀곤 했다.
성장하면서 많은 것들이 돌변했다.
자의든 타의든 거친 사춘기에 말 없는 청소년기를 보냈다.
이제 질문은 내가 나에게 하도록 한다.
답도 내가 정한다.
결정은 항상 좋은 결과만 주지는 않는다.
성공이든 실패든 책임이란 과묵한 짐을 배운다.
십 대의 마지막은 그래도 괜찮았어.
극복이라는 걸 했거든.
웃고 떠들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추종하는 이도 생기고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
이십 대의 시작은 그저 그런 환경에서
여기서 시시하게 굴면 자존심 상하겠다 싶어
나름의 노력이란 걸 했다.
편입의 욕심도 있었다.
장학금도 받고 교수님들의 평판도 좋았지만
사회로 나서길 결정한다.
내가 택한 직업은 결코 순진하지만은 않았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동네바보는 귀여운 수준.
내가 이 구역 또라인데 어디 한번 견뎌보던가-가
기본 값.
정말 더러운 바닥이었다.
다시 가고 싶지 않다.
나름 고급인력이라 자부했지만?
지랄마. 그냥 노가다였어.
그런 생활이 녹아든 일기가 순결할 리 없다.
욕으로 도배를 하고 어떻게든 화를 분출해야
내게 던진 질문의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얼마나 굴러야 이 바닥에서 인정받는가?
질문의 연속,
해답으로 모든 걸 청산하고 프리로 전향했다.
절대적인 규칙, 내가 만든 루틴에 따라 작업을 받고 마감했다.
2년을 굴러먹자 자리를 잡았다.
버벅거리는 소니 랩탑으로 시작해 아이맥을 샀지만 자리만 차지, 이사하며 시원하게 박살 내 버렸다.
진짜 망치로 깨부쉈다.
새롭게 닥친 질문은 내가 찾을 수 없는 것들만 준다.
이런 건 나도 처음이다.
당황스럽고 곤란하다.
딱 죽으면 모든 것이 정리될 것 같은데 라는 쉽고 간결한 대답이 나온다.
아직 살아있다.
아주 잘 정리되어 있는 줄 알았다.
정답은 없어도 질문의 해결은 난 줄 알았지.
잘 있다고 굳건하게 믿다가 무너지니
너무 허망하던데?
이렇게 쉽게 터져버릴지 몰랐다.
못 알아볼 정도로 울고 붓고 방치하고
꼴사나워 못 봐주겠다.
난 그냥 오늘 저녁 뭐 먹을지 고민하고 싶었어.
그게 다야.
- 기어코 왔던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