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많은 시간을 잠을 자는 데에 썼다.
밤과 아침, 우울증 약의 힘을 빌어 잠의 양에 기댄다.
수면의 질은 좋지 않다.
불안정하고 어지럽다.
질 낮은 수면이 끝나면 슬며시 일어나 하찮은 점심을 먹고 오후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대강의 계획을 세운다.
청소와 빨래 등 집안일에 몸을 쓰이고
간혹 기분이 내키는 날엔 운동을 한다.
그런 날엔 사진으로 남겨놓기도 한다.
기록에 좀 환장하는 편이라.
좋아하는 시간은 6시
더 이상 혼자 있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 집안은 캄캄하다.
잠을 자도 깨어있어도 한결같다.
암막커튼을 열지 않는다.
어두운 게 편하다.
아무도 날 찾을 수 없고 방해할 수 없는 암전이
안전하고 고요해서 좋다.
하루를 보내면서 나는 내가 얼마나 피곤한 삶을 사는 인간인지 헤아린다.
까먹고 헤매고 진땀 빼고 말없이 보낸다.
오늘만 그러하길 바라면서.. 정말 피곤했거든.
다음 날이 돼도 특별히 바뀌는 건 없다.
아침에 잠을 안 자는 날이 있다면
그건 스트레칭을 해서,
잠을 자기 아깝다는 자각을 그제야 해서,
나름의 피곤을 내세워 밤에 잘 자보려는 모략으로.
이사 후, 처절한 퍼포먼스는 바뀌었다.
암막커튼을 열었다.
전과 다르게 시선 둘 곳이 많다.
마음에 든다.
환하다.
색다른 경험이다.
밝은 것에 익숙해지고
때때로 바깥 풍경을 넋 놓고 앉아 가만히 본다.
사색보단 멍 때리기에 가깝다.
전보다 질 안 좋은 커튼이었지만(사기당한 것 같다) 더 이상 동굴은 없다.
좋아하는 시간은 해의 움직임이 뚜렷한 시간.
계절마다 이동하는 해의 움직임이 신기해 관찰한다.
해도 돌고, 내 기분도 변했다-할 만큼 칭찬해 주고 싶다.
오늘 일몰 17시 30분.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