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간 글을 쓰지 못했다.
여유로움을 모색했지만 그 틈을 안 주고 꼭 어물쩍 거리게 만들어서 먹통이 됐다.
굴하지 말자.
이것마저 토해내면 난 우주 최강 솔직한 휴먼이자 굴복을 이겨낸 승자다. 뭐든 내가 아는 것이 중요!
럭키홍은 우리가 본다는 생각은 하지 말고 마음 놓고 쓰세요-라고 했다.
그러고 있다.
너 근데 몇몇 개 라이킷 안 눌렀더라.
좋은 냄새의 글 다음으로 올 습습한 기운의 목록이 닥친다면 보는 사람이 혼돈이 일지 않을까-라는 잠깐의 염려와 함께 역시 뭐든 내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는 결론.
그리고 가속도가 붙었다.
카카오뱅크의 '그냥 해 적금'에는 글의 업데이트건과 글쓰기 건에 관한 적금 리스트가 있다.
다른 루틴과 겹쳐 얼추 모았다.
어릴 때 말도 안 되는 강박이 참으로 나를 시달리게 만들었는데 이것도 습관이랍시고 뭐 하나 규칙만 만들었다 하면 주야장천 해내는 게 스스로 이젠 장하다고 해두자.
세수를 하면 열두 번을 헹궜다. 예수의 제자는 12명이어서 라는 쓸데없는 의미부여가 규칙을 만들고, 수업 중 중요한 건 별대신 'im'이라 쓰고 동그라미를 쳤다.
'important'의 준말이었다. 나만 아는 규칙에 도취된 건이다.
스쿨버스의 한 달 치 승차권은 달마다 CMYK버전으로 색을 바꿨는데 이걸 잃어버리면 17,000원이 날아간다. 잘 간수해야 한다라는 강박이 가방에 넣고 지퍼를 닫고 다시 열고 손으로 만지작!
이 확인작업을 세 번은 해야 안심을 했었다.
(지금도 카드지갑을 확인하는 버릇은 여전하다)
뭐 하나 규칙을 만들기 시작하면 꼭 지켜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불행이 닥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욕실의 스퀴지가 바로 놓여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그렇게 쳐내고 쳐내길 반복했건만 조직에 언더커버된 쁘락지처럼 늘 새로운 것들이 발동하고야 만다.
짐숭1은 나쁜 생각이 들면 머리를 세차게 흔들라고 했다. 제법 좋은 수법이었다.
그래도 되지 않을 땐 어디선가 본 "증거 있어?"를 입 밖으로 내뱉는다. 내뱉는 것이 포인트다.
혼자 있으면 말할 기회가 없어 종종 목이 가라앉곤 하는데 어쩌다 듣는 낮은 목소리는 그 힘이 더 실려있어 낯설지만 약빨이 좀 들을 것만 같아 안심이다.
안심의 세뇌를 마치면 얼마간은 평화롭다.
조금은 대충 사는 것에 익숙한 인간 같아 자유로워 보이기까지 하다.
계약서상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어 소셜미디어로 동물을 본다. 세상엔 귀엽고 똑똑한 개들이 너무 많다.
나도 기르고 싶다고 말로 튀어나오자 ‘넌 얼마큼 키울 수 있어?’라고 묻는다.
- 난 4년제 대학도 보내지. 전액 장학금으로다가
오늘은 시답잖게 보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생리통이 심해 약을 먹고 아파 죽을 것 같은 몸에다 뭐라도 입에 넣어주니 약빨이 받는 것 같다.
아, 이런 시시껄렁한 얘기까지 하고 싶진 않았는데..
예, 저도 뭐 사람이고 이런 날도 있지 않겠습니까.
오늘은 어떤 규칙도 생각안날만큼 격한 생리통으로 잘 마무리했달까.
샤워만 잘 넘기자 샤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