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 모두에게 주어진 24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사람들은 노력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학생 때는 남들보다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시간대별로 공부 스케줄을 정리했다. 직장인이었을 땐 근무 시간 안에 업무를 끝내기 위해 노력하고, 퇴근 후에는 취미 활동, 영어 공부, 강아지와 보내는 시간, 휴식 등을 요일별로 배분하는 등 24시간을 알차게 사용했다.
백수가 된 이후에는 '24시간 효율적으로 쓰기'를 가장 먼저 그만뒀다. 5시 30분부터 10분 단위로 울리던 알람들을 모두 지웠고, 눈을 뜨면 그때를 '아침'으로 정의하기로 했다. 배가 고프면 '점심'을 먹었고, 강아지와 산책을 나간 뒤 넷플릭스를 틀었다. 그리고 또 배가 고프면 '저녁'을 먹었다. 생체리듬에 맞춰 하루를 정의하다 보니 가끔은 낮 12시가 아침이 되기도 했고, 점심을 오후 4시에 먹기도 했다. 저녁 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 그렇게 매일을 살다 보니 오늘이 주말인지 평일인지 모르게 됐고, 눈 깜짝할 새에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났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보고, 감히 이야기하자면 '백수의 시간'은 그 누구보다 빠르게 흐르는 게 분명하다. 며칠 전에 퇴사한 것 같은데, 정신 차려보니 3개월이 훌쩍 지나버렸다. 퇴사 전부터 완성해야겠다고 생각했던 포트폴리오는 여전히 미완의 상태이며, 퇴직금은 바닥친지 오래다.
3개월 동안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미래에 대한 고민이었다. 회사에 들어갈지, 프리랜서를 할지, 또는 창업을 할지 등 수많은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했다. 그리고 결국 나는 다시 직장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앞으로 한동안은 새로운 직장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할 예정이다.
백수로 보냈던 시간들은 돌아보면 후회투성이지만, 나름 얻은 것도 많다. '앞으로 뭘 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하며 불안에 떨면서도 브랜드 론칭, 팟캐스트, 뉴스레터 등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열정이 생겨났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꼭 도전해 보리. 또한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행복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 마음 챙기기'도 실천했다.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내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됐고, 미래에 대한 방향성도 조금씩 잡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상담을 받을 예정이다.
불안감과 행복감 사이에서 방황하며 보낸 3개월. 100% 만족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값어치 있는 기간이었다. 항상 여유 없이 가득 차 있었던 마음에도 여백이 생겼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여유도 부릴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쭉 잊지 못할 생애 첫 백수 기간. 이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해 뒀다가, 힘든 시기가 찾아온다면 조금씩 꺼내 먹어야지.
첫 브런치북 <백수는 처음이라>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첫 연재라 아쉬움이 많은데요. 원래 시작이 어려운 법이죠! 다음 연재 브런치북은 더 많이 보완해서 돌아오겠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았던 <백수는 처음이라>를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