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 입술을 아세요?

⚠주의⚠ 잘근잘근 씹다가 찢어져요

by 지오

'인간은 왜 아픈 걸까? 애초에 아프지 않다면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텐데.'


잇몸치료를 위해 치과에 다녀왔다. 이번주만 벌써 두 번째다. 치료를 위해 왼쪽 위아래 잇몸을 마취했다. 잇몸을 마취했는데 왜인지 정신이 몽롱한 느낌이 든다. 아마 마취가 너무 아파서 긴장했더니, 기진맥진해진 듯 하다.


마취 주사를 든 선생님은 "조금 아플 거예요"라며 겁을 줬다. 이미 잘 알고 있는 고통. 역시 아는 고통이 더 아픈 법이다. 오늘도 마취 주사는 아팠다. 주사를 한 땀 한 땀 놓는 선생님에게 그냥 기절시켜 달라고 하고 싶었다.


고통의 순간이 지나고, 입 안을 헹구는데 입술이 영 낯설어졌다.

감각이 사라진 입술이 말랑말랑. 내 입술 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나는 이 낯선 감각을 '젤리 입술'이라고 부른다.


투명하고 부드러우며, 무엇보다 씹었을 때 뽀동뽀동한 식감이 매력적인 젤리.

마취를 하면 입술은 젤리의 식감(?)처럼 느껴진다. 가만히 있으면 미세한 얼얼함마저도 잦아들어, 마치 입술만 둥둥 떠다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게 '젤리 입술'이 된 날에는 늘 입술을 질겅징겅 씹다가 피가 나버리곤 했다. 쇠맛 나는 피가 혀에 닿으면 아차 싶어 재빨리 입술에서 이를 뗀다. 이 젤리 입술은 늘 피를 보게 만든다.


이 묘한 감각도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사라진다. 몇 시간 전만 해도 낯설었던 입술이, 다시 익숙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오늘 만난 젤리 입술은 며칠이 지나면 희미하게 기억조차 가물가물해질, 그저 지나가는 작은 사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느낀 낯섦과 무감각함은 분명 오늘 하루를 새삼스럽게 만들었다.


단지 몇 시간의 불편이 아니라, 오늘을 기억하게 해주는 귀여운 계기. 젤리 입술이 나에게 보낸 다정한 신호다.


"이 또한 지나갈 거야. 그리고 너는 원래대로 괜찮아질 거야." 하고.


오늘은 젤리 입술을 적당히 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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