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날에도 5분 정도는 행복할 수 있으니까

by 지오

이유 없이 불행한 날이 있다.

그때의 감정은 제어하기 쉽지 않다. 그냥 세차게 치는 파도처럼 마음을 철썩 때려버리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불행하거나 슬픈 감정이 들면 감정을 걷잡을 수 없었다.

쉼 없이 밀려 들어오는 감정에 잠식되었고, 어둠에 사로잡힌 채로 하루를 보내곤 했다.


최근 한 책을 읽었다. 제목은 '섹시한 슬라임이 되고 싶어‘.


지난달 동네 책방에서 구매했다. 제목을 보자마자 꽂혀버렸다. 제목부터 내 스타일이었다.


책에는 작가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한 장 정도 분량의 짤막한 에피소드들로 구성된 책이었는데, 그중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한 문장이 있었다.


"불행한 날에도 좋은 순간을 5분 정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믿을 때 서른은 시작된다"


작년까지 만 29살이라며 "난 아직 30대가 아니다"고 뻐겼지만, 더 이상 그럴 수 없는 빼박 30대가 된 지금. 오랜만에 만난 울림을 주는 문장이었다.


그렇지. 아무리 불행하고 슬픈 날이더라도, 24시간 중에 5분 정도는 마음에 휴식을 줘도 괜찮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서 책에 밑줄을 긋고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연정 <섹시한 슬라임이 되고 싶어> 중


나는 매일 밤 일기를 쓴다. 행복한 날에도, 불행한 날에도.


마음이 힘들었던 어느 날, 일기를 쓰다가 문득 멈췄다. 나도 모르게 써 내려간 단어들에게서 슬픔이 묻어 나온다.


잠시 멈춘다. 그리고 '나 정말 하루 종일 힘들었을까?' 생각해 본다.


아침에 옥돌이가 옆구리에 폭 안기며 나를 깨워줬지. 산책을 했는데 날씨가 엄청 좋았어. 점심에는 좋아하는 냉면을 먹었고, 카페 가는 길에 예쁜 노을도 봤어.


하루를 다시 돌아보니, 5분이 아닌 15분도, 30분도 발견했다. 불행 속에 숨어있던 나의 작은 행복들.


앞으로도 불행한 날은 또 오겠지. 하지만 이제는 믿는다.

그 불행 속에서도 나를 위한 5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그리고 그 5분이 모여 언젠가는 더 긴 행복이 될 거라는 걸.


진짜 서른이 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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