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의 순수한 열정이 그리운 오늘
나의 일상은 다양한 글로 가득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책상에 앉아 모닝 저널을 쓴다. 오늘 하루는 어떤 마음으로 살 건지, 또 어떤 걸 해내고 싶은지 5~7 문장 정도의 짧은 글을 쓴다.
그다음에는 다이어리를 펴서 오늘 해야 하는 투두리스트를 쓴다. 특별한 계획이 없더라도 '강아지 산책' '카페 가서 글쓰기' 등 루틴화된 투두를 꼭 쓰곤 한다.
그리고 에세이든 소설이든 그저 끄적임이든, 하루에 한 편의 글을 꼭 쓴다. 다른 사람이 봐주지 않아도 뭔가를 써야만 마음이 후련한 사람이라서.
직접 쓰는 글 외에도 나의 일상에는 글이 항상 함께 한다. 인터뷰나 칼럼 읽는 걸 좋아해서 폴인, 퍼블리, 롱블랙, 캐릿 등 콘텐츠 서비스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유영한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모르는 지식을 알게 되고, 나에게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스크랩하고 생각하는 걸 즐긴다.
특히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걸 업으로 삼은 이후엔 더욱 많을 글을 쓰게 됐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글을 쓰지만 나는 여전히 새하얀 백지가 두렵다.
첫 문장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이 단어를 쓰는 게 맞나?
더 좋은 표현이 없을까?
마무리는 또 어떻게 해야 할지.
글쓰기는 매일 새롭고, 낯설고, 또 어색하다. 20년 넘게 글을 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글쓰기가 더욱 어렵다. 어렸을 때는 백지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쉴 새 없이 써 내려갔던 것 같은데.
중, 고등학생 때 백일장에 자주 참가했다. 소설, 에세이, 시 등 어떤 글이든 쓰는 게 좋았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쉼 없이 샘솟았다. 학교 백일장은 주로 강당에서 열렸는데, 주제가 주어지고 주제에 맞는 글을 2시간 동안 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제를 받으면 나는 10분 정도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글의 흐름을 정리했다. 이후에는 머릿속 생각을 써 내려가면 끝. 그 당시에는 백지를 마주했을 때 두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백지는 나를 신나게 만들곤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나는 더 이상 10대가 아니게 됐고, 백지 앞에서 끝없이 샘솟던 단어들도 점점 무거워져만 갔다. 글쓰기는 점점 더 복잡한 일이 되어갔다. 그게 단순한 모닝 저널, 일기라고 해도 말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 평가받기 위한 글, 돈이 되는 글을 쓰면서 10대 때 느꼈던 순수한 즐거움은 희미해졌다.
고등학교 강당에서 처음 주제를 받아 들던 그 순간의 두근거림이 그리운 오늘이다. 나는 여전히 그 시절의 나일지도 모른다. 다만 조금 더 복잡해지고, 조금 더 많이 고민하게 된 것뿐. 여전히 백지 앞에서 설레고, 여전히 글쓰기가 좋다.
백지는 두렵지만, 그래도 계속 쓴다. 그 시절의 순수한 열정이 아직 내 안에 살아있다는 걸 믿으면서. 오늘도 나는 백지를 마주한다. 10대의 나처럼. 비록 아이디어는 그때처럼 샘솟지 않고,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챗GPT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눈을 감고 머릿속의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