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는 역시 ‘나 홀로 집에’

케빈은 모르는 나만의 크리스마스

by 지오

오늘은 크리스마스입니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조용히 집에서 혼자 보내기로 했습니다.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집 청소를 한 뒤, TV로 넷플릭스를 틀었습니다.

넷플릭스에 ’벽난로 컬렉션‘이 있는 거 아시나요? 따뜻한 무드의 4K 영상과 함께 타닥 거리는 장작 타는 소리가 흘러나오는 영상들입니다. 오늘은 ‘브리저튼 - 벽난로 영상‘을 틀었습니다. 저는 ’브리저튼‘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최근에 넷플릭스가 브리저튼 무드의 벽난로 영상을 공개했더라고요.



‘브리저튼 - 벽난로 영상’을 배경음악 삼아 씻고, 점심을 먹은 뒤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해가 지려고 하는 오후 4시, 책상에 앉아 이 글을 씁니다.


제가 집에서 가장 애정하는 공간은 책상입니다. 저희 집은 남서향이라 해질무녁이 되면 거실 창문을 통해 햇빛이 대각선으로 들어옵니다. 저는 그 찰나의 순간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거실 창가 쪽에 책상을 뒀어요. 오늘도 어김없이 오후의 햇살이 제 책상 위로 내려 앉습니다. 컴퓨터와 아이패드, 커피와 냉침으로 우려낸 호박차, 그리고 요즘 읽는 책과 다이어리들. 누군가는 심심한 풍경이라고 할지 모르겠네요.


사람들은 묻습니다. “크리스마스인데 혼자 집에서 뭐해요?”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 크리스마스엔 역시 ‘나 홀로 집에’죠”


혼자라서 외롭냐고요? 아뇨, 전혀요.

어릴 적 ‘나 홀로 집에’를 보며 상상했던 크리스마스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긴 합니다. 화려한 트리도, 산타도, 선물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순간이 행복합니다.


할 게 없어도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이것저것 끄적입니다. 그러다가 어느샌가 제게 다가와 발아래서 저를 빤히 바라보는 강아지를 무릎에 올려 잠시 놀아줍니다. 이 모든 잔잔함이 오늘은 굉장히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크리스마스를 특별하게 보냅니다. 누군가에겐 화려한 파티가, 누군가에겐 가족과의 식사가, 그리고 저에겐 책상에 앉아 고요하게 보내는 이 순간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크리스마스입니다.


글 한 편을 쓰는 사이 태양이 더 기울어져서 이제 집은 조금 어두워졌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잔잔하게 마무리합니다. 따스한 햇살과 차 한 잔, 그리고 무릎 위를 데워주는 강아지의 체온. 이것이 제가 저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어쩌면 저는 지금 케빈보다 더 즐거울지도 모르겠습니다.

2024년 12월 25일, 오후 4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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