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역시 귤. 먹는 귤이든 읽는 귤이든.
올겨울 첫 귤을 샀다. 정말 탐스러운 귤이었다.
사실 귤을 사려고 나간 건 아니었다. 커피를 사려고 점심에 잠깐 외출을 했는데, 카페 사장님이 귤 3알을 쥐어주셨다. 손바닥만 하게 동그랗고, 껍질은 주황빛으로 톡톡 튀었다.
지금 귤이 철이라더니. 제철을 맞은 귤은 이렇게 탱글 하게 생기가 넘치는구나 했다. 탐스러운 귤의 생김새는 때마침 달달한 게 땡기던 나의 입맛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사장님, 이 귤 어디서 샀어요?”
카페 옆에는 작은 슈퍼가 하나 있다. 규모만 보면 분명 ‘작은’ 슈퍼인데, 없는 게 없다. 각종 식재료와 과일은 물론, 떡도 있다. 카페 사장님은 그 슈퍼에서 샀다고 알려주셨다. 아메리카노를 한 손에 들고 슈퍼에 갔다. 사장님이 알려준 귤의 가격은 2만 원이었다. 2kg, 3kg도 아니고… 무려 5kg짜리 박스였다.
나는 혼자 산다. 5kg짜리 귤은 혼자 사는 나에게 썩 부담이 되는 양이다. 하지만 난 이미 그 박스 안에 든 귤의 맛을 알아버리고 말았다. 한 번 맛본 뒤라 5kg든 10kg든 양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는 분명 1500원짜리 커피를 한 잔 사기 위해 외출했다. 하지만 집에 들어온 내 양손은 커피 한 잔과 귤 5kg를 담은 커다란 봉투가 들려 있었다. 과연 혼자 먹을 수 있을까.
집에 도착해서 귤 한 개를 집어 들었다. 컴퓨터를 보며 먹으려고 했는데, 때마침 책상 위에 놓인 작은 책 '귤'을 발견했다. 얼마 전에 구입한 그 책. 처음 봤을 땐 엽서인 줄 알았다. 열어보니 10장 정도 되는 얇디얇은 책이었다.
귤껍질을 까기 시작했다. 손가락 끝에 달라붙은 귤껍질 섬유. 손가락에 묻은 귤 향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잠깐, 이 향기 좀 기억하고 싶다.
문득 책 '귤'을 보며 웃음이 났다. 작지만 존재감이 확실한 책이다. 귤 색의 봉투를 열어보면 사진 한 장과 함께 짧은 글이 들어있다. 누가 이런 얇은 책을 만들었을까. 작은 것들의 의미를 되뇌는 순간이었다. 탐스러운 귤 한 알과 10장 정도로 구성된 작은 책 '귤'.
책의 내용은 제철을 맞은 귤처럼 달콤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또 다른 울림을 주는 짤막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귤의 계절인 겨울과 어울리는 이야기. 귤 한 알 한 알 입에 넣으며 책을 호로록 읽어나갔다.
귤 한 알과 한 권의 귤. 재미있는 귤 세계관에 갇힌 아주 추운 12월의 어느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