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뺑뺑이를 타는 아이들을 보며 든 생각
오전 8시 30분, 첫 번째 소리가 시작됩니다. 등교하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창문 너머로 스며듭니다. 우리 강아지 옥돌이의 귀가 쫑긋 서더니 곧 짖음으로 화답합니다.
"옥돌, 조용"
하지만 옥돌이는 이미 흥분의 도가니예요. 그의 작은 몸은 창가에 딱 붙어 밖을 향해 짖어댑니다. 옥돌이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놀이터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놀이터 소리가 그대로 들어오는 아파트 저층에 살고 있어요. 8시 30분이 되면 등교하는 초등학생들이 저희 집 앞을 지나갑니다. 바로 학교로 직행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아이들은 놀이터에 잠시 들러 정글짐에 오르거나 회전무대(일명 뺑뻉이)를 타며 재잘거리는 아이들도 있죠.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옥돌이의 짖음이 뒤섞인 모닝콜을 들으며 아침을 시작합니다.
오전 10시, 이번에는 어린이집 꼬마들의 차례입니다. 선생님 뒤를 따라 뛰어다니는 꺅꺅 소리, 모래성을 만지작거리는 작은 손길들, 그네를 타며 터지는 환호성. 이 모든 소리들이 집 창문을 두드립니다. 이 소리가 들릴 때쯤 저는 컴퓨터를 켜고 유튜브에 들어가 맨 위에 뜨는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합니다. 가사 없는 재즈 음악으로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덮어 버립니다. 옥돌이의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서죠.
오후 2시, 학교 수업을 마친 초등학생들이 다시 한번 놀이터에 등장합니다. 이윽고 놀이터는 그들의 에너지로 꽉 찹니다. 뛰어다니고 웃고 떠들며 고된 하루를 놀이터에 흘려보내는 듯합니다.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끔 제 어릴 적이 생각나곤 합니다. 저는 학교를 마치면 친구들과 집 앞 놀이터로 달려갔는데요. 누가 그네를 더 높게 타는지 시합하고, 탈출 놀이를 했죠. 열심히 놀다 보면 저녁 먹을 시간이 됩니다. 그러면 엄마가 집 창문을 열고 "밥 먹게 들어와!!"라고 소리를 칩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각자 집으로 향했어요. 20년도 훌쩍 넘었지만, 놀이터 앞에 살게 되면서 그때를 가끔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조용함을 좋아합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 편안함을 느끼죠. 그래서 가끔은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소리에 예민해지곤 합니다. 더 정확히는 아이들의 소리를 들은 옥돌이가 짖는 소리에 예민해집니다. 그렇지만 때론 아이들의 소리에 미소 지어지곤 합니다. 이 작은 소리들은 우리 사회의 숨결입니다. 때로는 시끄럽지만 이 소리들이 멈춘다면 우리의 삶은 조용한 공허만이 남게 되겠죠.
작은 놀이터에서 들리는 소리들이 계속 울려 퍼지길 바랍니다. 더 크게, 더 오래, 더 힘차게.
그리고 언젠가 이 소리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꿈을 그리고, 세상에 멋지게 펼쳐 나가길 바랍니다. 지금 이 순간, 그 작은 발걸음과 웃음소리 속에 우리의 희망이 숨 쉬고 있습니다.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오늘도 회전무대를 타며 깔깔거리는 아이들의 소리에 귀 기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