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원 사주의 기적(?)
"선생님, 저 언제 취업할 수 있어요?"
나는 매년 새해가 되면 사주를 봤다. 용하다는 집 정보를 쏙쏙 알아내고, 새해에 맞춰 예약을 했다. 나의 새해 의식 같은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사주를 보지 않기로 했다. 취업 준비를 결심했기에 사주로 휘둘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괜히 내 미래에 대해 '안 좋은 소식'을 들으면 어쩌지. 무기력해져서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면 어쩌지. 좋은 이야기를 듣더라도 그걸 믿고 아무것도 안 하면 어쩌지.
역시 올해는 보지 말자. 그렇게 결심을 했다.
“선배, 사주 보러 갈래요? 진짜 용하대요."
지난주 일요일, 양재역에서 전회사 후배를 만나 작당모의를 한 날이었다.
그때까지 나의 결심은 굳건했다고 믿었다.
"2만 원 밖에 안 한대요. 같이 가요!"
아, 2만 원 사주는 못 참지. 굳건은 개뿔. 내 결심이 무너지는 데에는 고작 2만 원이 들었다.
사주를 보기 위해 일요일 저녁, 양재역에서 인사동으로 날아갔다.
그곳에는 겉만 봐도 남다른 포스가 느껴지는 아저씨가 있었다.
선생님 앞에 앉아 물었다. "저 언제 취업할 수 있어요?"
종이 위에서 날카롭게 움직이는 그의 손을 바라봤다. 뭐라고 쓰는지 알 수 없지만, 왠지 그 끄적임에서 전문가 같은 느낌이 풍겼다.
"3월쯤이면 일하겠네. 봄이 오기 전에는 좋은 소식이 있겠어."
'진짜?'라는 불신이 섞인 마음이 반, 설렘과 희망으로 가득 찬 마음이 반.
그 이후에는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기억도 가물하다. 간절히 바라던 취업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으니, 왠지 마음이 편안해졌다. 물론, 내 노력이 더해져야겠지만.
그리고 다음 날, 전날 새벽까지 놀다가 늦게 자는 바람에 9시를 훌쩍 넘겨 일어났다.
눈 뜨자마자 휴대폰을 켰다. 메일이 한 통 와 있었다.
'서류 전형 합격이란 기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첫 서류 통과 메일. 그것도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 두 곳 중 한 곳에서 받은 연락이었다. 띠용.
인터뷰 일정을 잡기 위해 급하게 안경을 쓰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메일 회신과 함께 인터뷰 일정을 잡고 나니 행복감이 와르르 밀려 들어왔다.
이제 1차 인터뷰 일정을 잡았을 뿐인데,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류 통과 소식을 전하며 기쁨을 나누던 중 휴대폰의 알람이 다시 한번 울렸다.
헤드헌터 "서류 전형 합격했네요. 축하해요! 인터뷰 일정 잡을까요?"
...?
가고 싶었던 회사 두 곳 중 또 다른 한 곳에서 온 연락. 채용 담당한 헤드헌터에게서 문자가 왔다.
엄마와의 전화를 급하게 끊고 또 다른 인터뷰 일정을 잡았다.
간절하게 바라던 회사 두 곳에서 같은 날, 서류 통과 연락을 받게 됐다.
몇 달간 잘 풀리지 않던 나의 취준 생활에 스며든 희망.
사주를 보러 간 것이 나에게 자신감을 준 걸까? 아니면 정말 운명이었을까? 그건 모르겠다.
다만 알게 된 것은 우리는 가끔 희망이 필요하다는 것. 그 희망이 미신에서 왔든, 노력에서 왔던 상관없이.
올해 사주를 보지 않기로 했지만, 결국 또 보고 말았다.
어쩌면 나쁘지 않은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작은 위로와 희망이었으니까.
곧 다가올 봄과 함께 좋은 소식이 왔으면 좋겠다.
그때까지, 희망에만 기대지 않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기다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