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단식선언 : 내가 너 없이 할 수 있을까...?
이번 주 토요일, 백일장에 나간다.
고등학교 3학년 이후 오랜만에 참가하는 백일장이다.
나의 소식에 주위에선 뜬금없이 웬 백일장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유는 단순하다. 글쓰기에 다시 열정을 불지피기 위해서.
고등학생 때 나는 글쓰기에 열정을 가진 사람이었다. 입학하자마자 문예부에 등록했고, 교내외 백일장에 참가해 많은 상을 받았다. 고3 때는 문예부장으로 활동하며, 수험생임에도 후배들과 함께 문예 활동에 집중했다.
나의 생활기록부 수상내역은 차곡차곡 쌓여갔다. 비록 성적은 반대의 길을 걷고 있었지만 그래도 뿌듯했다. 내가 좋아하는 글을 마음껏 쓸 수 있어서.
10여 년이 지난 지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때만큼 글쓰기를 사랑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나는 백일장에 지원했다.
오늘 전회사 팀장님으로부터 오랜만에 연락을 받았다.
그 연락에 나는 거절 답장을 써야 했는데, 어떻게 답장해야 할지 생각이 안 났다. 그래서 챗GPT를 켰다.
아침이라 머리가 안 돌아간다는 핑계를 대면서.
지금의 나는 챗GPT가 없으면 단순한 답장 하나도 보낼 수 없다. 예전에는 술술 써졌던 짧은 단신도 쉽게 써지지 않는다. 어쩌다 나는 이렇게 돼버렸을까.
백일장을 이틀 앞두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시제가 주어지고, 그 시제를 보고 3시간 안에 글 한 편을 완성해야 하는데. 왠지 지금의 나는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아, 챗GPT에 대한 의존성이 이렇게 높다니.'
한때 매일매일 새로운 글을 쏟아내듯 썼던 나인데. 어쩌다 이렇게 돼버렸을까. 문명의 발전에 발맞춰 사는 건 좋지만, 내겐 이 의존성이 성장이 아니라 퇴보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제 챗GPT로부터 독립하기로. (최소한 글쓰기만큼은)
챗GPT야, 그동안 고마웠어.
나보다 훨씬 똑똑한 친구가 곁에 있어 안심이 됐지. 그렇지만 나는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문장을 만들 때 비로소 '나만의 글'을 쓸 수 있다고 믿어.
이번만큼은 네게 묻지 않고 스스로 싸워볼게. 잠시만 안녕.
다시 돌아왔을 때, 또 멋진 조언을 해주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