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by 새벽

(한홍구 글, 2016)


한홍구 교수가 쓴 <사법부>를 읽었다.


저자는 서문에 본 책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한겨레』에 ‘사법부-회한과 오욕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을 모은 것으로, 그 연재물은 2007년 10월에 발간된 국정원 과거 사건 진실 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보고서 『과거와 대화 미래의 성찰』중 제4권 ‘정치·사법 편’중 사법 부분을 토대로 썼다고 밝힌다.


하지만 책으로 출간될 때는 ‘회한과 오욕의 역사’라는 부재가 ‘법을 지배한 자들의 역사’로 바뀌었다. 한 교수는 보고서가 중앙정보부-안기부가 행한 사법적 침해와 개입을 주로 다루었기 때문에 부제를 사법부 입장에서 ‘회한과 오욕의 역사’라고 붙었던 것이나, 국민과의 관계에서 사법부는 늘 가해자였기 때문에 ‘법을 지배한 자들의 역사’로 부제를 바꾸었다고 설명한다.


광복 이후 이승만 시절의 법관들(1948)에서 시작, 보고서가 끝난 시점(2016)까지 70년 사법 역사는 시기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어느 한때도 법관들이 국민의 편에 서 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사법부가 회한과 오욕의 역사에 대해 얼마나 반성하고, 바로 잡으려 노력했는지 반문하며, 엄혹한 시절에도 중정(안기부)가 단 한 명의 판사나 검사를 잡아다 고문하거나 협박한 적이 없다는 점 또한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사법부는 스스로 이렇게 망가졌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라고 언급한 부분에서는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수많은 끔찍한 공안 사건의 예가 실려 있었지만, 그중에서 ‘인혁당’(1964), ‘인혁당 재건위’(1974) 사건이나 ‘김근태 고문’(1985) 사건, ‘부천서 성고문(1986)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1987) 등 현대사를 가득 메운 충격적인 사법 살인의 예들을 읽을 땐 손이 떨리고 가슴이 둥당거려 한참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만약 이런 글을 법률가가 법률적 관점에서 썼더라면 본 책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학자인 한홍구 교수가 역사적 맥락에서 각 사건의 판결이 해당 피의자만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 그리고 역사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쳐 오늘의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는지를 썼기 때문에 가독성이 높고, 나 같은 독자도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한 교수가 글을 연재하고 책을 출간한 지 벌써 10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사법정의’와 ‘사법개혁’의 중요성을 외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사회와 역사가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듯한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법과 정의 그리고 사법부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더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다.

2026년을 살고 있는 나의 눈에 한홍구 교수의 지적은 여전히 꽤 유효해 보이며, 변화 없이 퇴보만 하고 있는 듯한 사법부를 바로 세우지 않는다면 사회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데 더 큰 어려움이 있을 거란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법복을 입으신 분들이 말하는 ‘법과 양심’에 따라 훌륭한 판결을 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사회적 강자에겐 강하게, 약자에겐 약하게” 판결하는 것이 본인 판사 일생의 원칙이었다고 한 어느 퇴임 판사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판사들만 있는 것은 아니구나 싶어 가슴이 따뜻해지기도 했었다.


사법 역사 80년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제대로 작동할 때도 된 것이 아닌가.

법복을 입은 분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위험을 감수하길 바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왜 그 법복을 입고자 했었는지를 기억하고 최소한의 직업윤리를 지켜주시길 바랄 뿐이다.

사회정의, 사법정의, 사법개혁 같은 단어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사법부 표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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