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의도하고 말을 한 것은 아닌데 상대방은 나와 말을 하면 기분이 좋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그렇다면 나는 왜 기분 좋게 말을 하게 되었을까? 생각해보았다. 아버지는 다른 사람 흉을 본다거나 부정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쩌다 내가 “힘들어 죽겠어”라고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면 ”힘들면 그냥 힘들다고 하지 죽겠다는 말을 왜 하냐“라도 하셨다. 또 기억나는 것은 소리 내서 크게 웃을 때마다 ”여자 웃음소리가 담장 넘어가면 안된다“고 하였다. 어릴 때는 그렇게 말씀하시는 아버지가 이해가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불만이었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부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말씀을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러나 웃음소리는 아버지의 말씀이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지금도 크게 웃어야 할 상황에서는 나도 모르게 마음껏 소리 내 웃는다.
결국,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선택했다 할지라도 왜곡된 생각인지 나의 솔직한 감정인지 기대가 무엇이었는지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나는 부정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기대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표현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는 것을 상담 공부를 하면서 알았다. 나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이 듣기 좋은 말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생각하면 내가 정말 해야 할 말은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기분을 좋게 하려고 말을 포장하였다는 생각이 들 때는 그런 자신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무의식에서는 내가 그들을 배려해 주었듯이 그들도 나를 알아서 배려해 주기를 바라는 기대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내가 표현하지 않으면 그들이 나의 기대를 알아서 채워주지 못하고 결국 나의 기대는 내가 알아차리고 도움이 필요할 때는 내가 요청해야 한다는 그것을 알았다.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는 인생의 의미는 당신 스스로가 자기 자신에게 부여하는 것이고, 인간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존재다.”라고 했다. 행복하려면 누구에게 배려받기를 원하기보다 내가 나를 표현하고 주장하여 내가 나를 변화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마음이 힘들어 오는 내담자 중 자신의 기대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억압했다가 나중에 과도하게 화를 내거나 신체화 증상을 보이며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그뿐만 아니라 양육자인 부모로부터 받지 못한 결핍을 결혼하여 배우자로부터 충족하고 싶은 기대가 있는데 배우자가 충족시켜주지 못할 때 배우자를 탓하는 경우도 많이 본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자신도 정확하게 몰라서 말로 표현하지 못하면서 배우자가 자기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부부를 보면서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상담을 공부하면서 나는 감정이라는 단어를 처음 인식하게 되었다. 버지니아 사티어는 행동 밑에 있는 무의식의 첫 번째 영역이 감정이라고 했다. 무의식의 감정이 보이는 말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고 하는데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하면서 상대방에게 잘 보이기 위해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것은 상대방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릴 때 자신의 감정도 표현하고 상대방의 감정도 존중하면서 건강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내가 하는 말이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기도 하지만 잘 못 사용하면 상처를 주기도 한다. 말을 하는 대부분 사람은 그냥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했다고 하지만 무의식에는 분명히 열망과 기대가 지각체계에 영향을 주고 그 지각체계가 감정에 영향을 주어서 말로 표현된다. 그런데 지각체계가 왜곡되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면 감정은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부수거나 욕을 하면서 부정적으로 감정을 표현하게 된다. 그러나 상대방은 그런 행동의 의도를 모르기 때문에 표현되는 행동으로 인해 오히려 상처를 받는다.
어떤 사람은 왜곡된 생각인 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표현도 하지 않고 마음속에 묻어둔다. 묻어둔 마음이 신체화 증상인 우울함이나 공황장애 무기력증을 유발하게 하기도 한다. 병명은 없는데 몸이 아프고, 의욕도 없고 소화가 되지 않고 밥맛까지 없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결국, 우리의 열망과 기대가 부정적인 지각체계를 만들고 부정적인 감정은 우리의 말과 생각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 흔히 어릴 때 양육자로부터 어떤 말을 듣고 성장했느냐가 지각체계에서 부정적,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할지라도 성장 후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을 만나 지각체계가 달라지면 변할 수도 있다. 세계적인 기독교 상담가 폴 투 루니에도 어릴 때 부모가 일찍 돌아가시고 외삼촌 집에서 자랐던 불우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쥴르 뒤부아라는 선생님으로부터 초대를 받아서 갔을 때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진지하게 대해주며 그의 생각을 존중해 주는 경험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결혼 후에는 그의 아내의 따뜻한 격려를 받으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았을 뿐 아니라 세계적인 심리상담가로서 많은 사람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었다.
말은 사람을 치료하기도 하고 병들게도 한다. 말은 마음이 상한 것과 몸이 병든 것을 치료할 뿐 아니라 관계도 치료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배후에는 성공하게 만들어준 말이 있다.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들의 배후에도 행복하다고 생각하게 해 준말이 있다. 말은 보이지는 않지만 한 사람의 삶을 행복하게 하기도하고 불행하게 하기도 하는 힘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