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아지트 May 28. 2024

인생의 방향잡기

그녀는 늘 싱글벙글했었다. 자기 손님이 뜸한 시간에도 좀처럼 앉아 있지 않았다. 부하직원옆에서 기꺼이 보조를 해주는 일조차 즐거워했다. 집안살림과 아이육아는 내향적인 남편이 맡아준다. 지난 연말, 아들의 치대합격소식을 듣고 축하를 했더니, 남편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저는 집에서 아이들 돌보는 일보다는 나와서 돈버는 일이 잘 맞는거 같아요...내 적성에 잘 안맞는 일을 남편이 도맡아해주니 저는 남편에게 항상 고마와요~". 그녀는 하루종일 미용실에 갖혀 일만하는 자신을 향해 '박복한 내 팔자...'라고하는 드라마 속 미용실 원장님과는 사뭇 달랐다.


그녀는 내가 20년가까이 다니고 있는 미용실 원장이다. 나는 미용실에 갈때마다, 그녀의 행동을 관찰했다. 배우고 싶었다. 싱글벙글의 비법을...20년 관찰해보니 타고난 품성이 순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책으로 배우고 명상으로 성찰해서 얻은 긍정성과는 차원이 달랐다. 한달에 한번 그녀의 손질을 받으며 잠깐씩 대화를 나누고나면, '저렇게 속편하게  살면 아플 일도 없겠다...'했었다.


한달 전 염색시술을 받으러 갔었다. 그날따라 원장님이 염색부터 샴푸까지 풀서비스를 직접해주셨다.


 "제가 오늘 계탔네요...원장님이 직접 머리까지 감겨주시다니요..."하니, "오늘따라 제가 직접해드리고 싶네요. 오랫만에 고객님 샴푸까지 직접하니 초보시절 생각도 나고 재밌네요. 하하"


그게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2주전 갑자기 심장이 안뛰어서 응급실에 갔고 심근염 진단받아 중환자실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오늘 부고문자를 받았다. 49세...

 좋아하던 그녀는 결국 과로로 세상을 떠났다. 전국 지점 중 매출1위로 대상 수상한 지 한달만이었다.


그녀를 아는 사람은 모두 '아까운 사람이 너무 일찍 떠났다'고 한다. 하늘에서조차 탐낼만큼 좋은 사람이었다. 그곳에서도 그녀는 싱글벙글, 사람좋은 웃음을 웃고 있으리라...


그녀를 보내고 , '나는 어떤 사람이라고 기억될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한 생각에 머물게 된다.


엄마의 산소에 갈때는 박카스를 사들고간다. 엄마를 아는 사람은 모두 '엄마와 박카스' 따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시아버지 산소에 갈때는 누구도 의심없이 소주를 떠올린다. 그분을 기억하며 '참 소주를 좋아하던 분이었지...'하게 된다.


'나의 산소에는 무엇을 들고 와줄까'는  '나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해줄까'와 함께, 나의 큰 과제가 되었다. 어쩌면 삶의 방향이 잡힌 것 같기도 하다. 유언으로 남길수도 있지만,  '그들'이 느낄수 있게 살아내고 싶다.


그곳에서 그들이 나를 위해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라는 노래틀어주기를...


'엄마는 지금 푸른 초장에서 평안하시겠군...'하며 안심할수 있기를...


나를 찾아올 때마다, 그들에게도 '그 목자의 인도하심'에 대한  확신이 채워져, 든든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갈수 있기를...




오늘 나는 떠난 그녀에게,


'당신 덕분에, 하루하루 주어지는 시간이 당연한게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됩니다. 남은 시간들을 어떻게 채워가야할 지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