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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상 중년심리 Jun 01. 2024

중년기의 민폐 고집불통, 자신의 폐쇄적 틀에 갇히다

정신분석 대상관계론으로 보는 고집불통, 폐쇄적 사고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본다.'

- 율리우스 카이사르 -


시오노 나나미가 지은  베스트셀러, '로마인 이야기' 중 율리우스 카이사 편에 나온 부제이다.  2000년 전에 살았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인간의 속성은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본다'라고 통찰했다.



얼마 전 유럽으로 패키지여행을 다녀왔다. 패키지 팀에는 시장상인 상조회에서 30년간 친하게 지내신 10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70세에서 80세까지 부부였다. 일주일 동안 여행하면서 느낀 점은 남성 5명 중 3명은 도무지 남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 여행은 여러 가지 옵션을 선택하기도 하고 같이 일정을 진행해야 되는데 3명이 티격태격 싸우는 바람에 여행 자체가 아주 피곤했다.


문득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한 말이 생각이 났다. 중년의 부정적 특징 중의 하나가 고집불통인데, 그 고집불통은 내가 반드시 옳다고 생각해서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고, 다른 견해는 아예 인정하지 않는 폐쇄적 사고'에서 시작된다. 즉 고집불통은 자신의 신념이나 생각을 고수하고, 다른 의견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틀 안에 갇혀 융통성이 거의 없다.



고집불통의 사고는 중년에게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중년이 되면 경험이 많아지고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세상의 이치를 다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내가 확실히 옳다고 생각하고, 다른 견해 즉 남의 이야기는 전혀 듣지 않게 된다. 남의 견해는 틀리다고 생각하니 들을 필요가 없고, 그래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니 말만 많아지게 된다.


중년기에 흔하게 겪는 현상이다. 60대 친구들도 그러한 경향이 많다. 고교 동문회 임원인 친구들과 동문회 운영에 대해서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 그 친구는 자기 생각이 확고했다. 그 친구 말이 틀리진 않지만 다른 친구들과의 형편의 문제로 보면 다른 의견도 있다고 제시했다. 1시간을 토론했는데 1시간 뒤에 그 친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전혀 생각이 바뀌지 않고 오히려 자기가 나를 설득하는데 실패했다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다.



고집불통의 원인을 대상 관계론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상 관계론이란 초기 유아기의 부모와의 관계에서 인간의 성격 발달과 대인관계가 형성된다는 정신분석 이론이다. 즉 초기 유아기에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자기와 타인에 대한 표상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 대상관계의 경험이 성인이 되고 나서도 대인관계 패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유아기 때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람과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거부당한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이로 인해 타인을 불신하고 위험한 존재로 지각하면서 나쁜 대상 표상이 형성된다. 그래서 대인관계에서 지나치게 경계심을 갖게 되고, 타인을 쉽게 신뢰하지 못하고 자기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표현하지 않으며, 대인관계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자기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지 않고 타인을 비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향도 있다.


자신의 사고에 갇힌 고집불통 사람들은 폐쇄적이며, 그래서 자신의 생각과 신념이 확고하다. 남의 말을 듣지 않으며 새로운 외부의 변화를 바라보지 않으려 한다. 유튜브를 봐도 자기와 생각이 같은 유튜브만 보며 '내가 옳다'고 확신하며, 자신의 신념을 더욱 공고하게 한다. 



그래서 고집불통의 특징은 극단적인 생각이다. 상담은 내담자가 이러한 극단적인 틀에서 벗어나서 폐쇄적인 사고 밖의 세상을 보여 주는 것이다.  내담자는 자심의 틀 속에서 익숙한 것만 들으며, 자신이 옳다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 새로운 빛은 회피하려 한다. 왜냐하면 내가 믿어온 신념이 확실하기 때문에 그 이외의 세상을 보는 것은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세상을 인정한다는 것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은 '그동안 살아온 나의 신념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이것을 직면한다는 것은 굉장한 내면의 힘이 필요하다.



즉, 상담의 역할은 내담자가 자신의 폐쇄적  세계에 갇혀 있을 때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도록 내담자의 내면의 힘을 지지하고 돕는 것이다. 


영원한 진리가 없다. 동성애를 예를 들어 보자.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동성애를 정상적인 관계로 보지 않고 혐오스럽게 바라본다. 그러나 서구 유럽 사회에서는 동성애를 아주 정상적인 관계로 보며 결혼도 허용한다. 이슬람의 탈레반에서는 동성애자를 빌딩에 떨어뜨려서 죽였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다. 똑같은 동성애를 정상적인 관계로 보기도 하고 악마로 보기도 한다. 세상에는 절대적인 진리도 없으며. 시대에 따라 진리의 개념이 바뀐다. 


'내가 옳고 타인이 나쁘다가 아니라, 내가 살아온 성장 과정과 타인이 살아온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신념이 형성이 되고, 다른 의견이 형성된 것 뿐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상대방을 이겨서 내 주장대로 상대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인정하며 보다 두 의견을 통합해서 올바른 방향으로 타협'해야 한다. 

그러나 평생 믿어온 생각과 신념을 무너뜨린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완고한 사람일수록 더욱 고통이 따른다.

이러한 고통을 견디는 내면의 힘을 길러 주는 것이 상담이다.


그동안 나쁘다고 부정하며 아예 쳐다보지 않던 세계를 인정하며, 양 극단의 사고를 통합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혼란을 겪는 내담자를 지지해주고 인정해주며 버티도록 돕는 것이 상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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