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형 공모제(2)
투표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자동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누가 더 낫냐고 묻는 절차.
누가 더 많은 지지를 받았는지를 가르는 방식.
그래서 “국민 검증 투표”라는 말을 꺼냈을 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도 그거였다.
“결국 인기투표 되는 거 아닙니까.”
나는 그 질문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상적인 반응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투표를 선택의 도구로 써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투표는 다르다.
우리는 선택을 묻지 않는다.
우리는 지지를 묻지 않는다.
이번에 우리가 국민에게 묻는 질문은 단 하나다.
이 사람을 통과시켜도 되는가.
이 질문은 편하지 않다.
응원보다 훨씬 어렵고, 박수보다 훨씬 무겁다.
그래서 바로 이 질문이, 지금 우리가 택한 리더십의 방식이다.
강력한 리더십은 언제나 국민에게 쉬운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믿어달라”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묻는다.
“이 기준을 넘겼다고 말해도 되는지,
당신의 이름으로 확인해 달라.”
국민 검증 투표는 선거가 아니다.
누가 1등이냐를 가리지 않는다.
찬반을 갈라 편을 만들지도 않는다.
우리는 후보 세 사람 각각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적합한가, 부적합한가.
여기에는 순위가 없다.
A가 B보다 낫다는 비교도 없다.
오직 이 질문만 남는다.
“이 사람을 국가 기준의 최전선에 세워도,
우리가 불안하지 않은가.”
이 투표가 중요한 이유는,
결과가 임명을 결정하기 때문이 아니다.
결과가 경보를 울리기 때문이다.
부적합하다는 응답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그 후보는 자동으로 다시 검증대에 오른다.
추가 질문을 받는다.
추가 설명을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통과하지 못한다.
여기에는 인기의 보정도 없고,
말솜씨의 구제도 없다.
오직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는지”만 남는다.
이 구조가 불편한 이유는 분명하다.
국민에게도 불편하고,
후보에게는 더 불편하다.
후보는 더 이상 이렇게 말할 수 없다.
“지지를 받았다.”
“여론이 좋다.”
“상대보다 낫다.”
대신 이렇게 말해야 한다.
“나는 아직도 통과 중이다.”
이 한 문장이 이 제도의 본질이다.
이 제도에서 누구도 완전히 통과하지 않는다.
임명 직전까지, 끝까지 검증 중이다.
그래서 이 투표는
권한을 주는 행위가 아니라,
권한을 유보하는 행위다.
국민은 이 투표를 통해
누군가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
대신 국가에 이렇게 말한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하지만 이 선은 넘기지 말아라.”
나는 이걸 강력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권력을 앞세우는 리더십이 아니라,
국민에게 불편한 질문을 돌려보내는 리더십.
국민을 동원하지 않고,
국민에게 맡기는 리더십이다.
위원장 후보 세 사람은 이 투표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통과해야 할 건,
이 질문을 던진 국가의 태도다.
정말로 국민에게 묻고 있는가.
정말로 불리한 답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정말로 기준을 지킬 생각이 있는가.
국민 검증 투표는
위원장을 뽑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국가가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다.
우리는 무엇을 묻는가.
우리는 “누가 낫냐”라고 묻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통과시켜도 되느냐”라고 묻는다.
이 질문 앞에서,
후보는 작아지고
국가는 느려진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국민이 신뢰를 보내는 강력함이 시작된다.
다음 단계는 임명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안다.
임명은 시작이 아니라,
책임의 고정이라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서두르지 않는다.
이미 가장 어려운 질문을
국민 앞에 올려놓았기 때문이다.